[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 대해 가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와 '학급 교체' 등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군 등이 구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022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해 있다. 2022.10.13 hwang@newspim.com |
A군은 2017년 당시 중학교 1학년생으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는 A군에 대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급교체 등 조치를 요청하기로 의결했고 교장은 자치위의 요청대로 처분했다.
A군은 다음 해 법원에 해당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4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2019년 취소 청구를 기각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일부 각하, 일부 기각했다. 이에 A군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군 측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하게 작용하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서면사과 조항은 본심에 반해 죄악을 자인하는 의미의 사죄 의사표시를 강요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또 A군 측은 서면사과 조항이 양심이 아닌 것을 양심인 것처럼 표현하도록 강제해 양심을 왜곡·굴절시키고 이중인격의 형성을 강요한다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A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서면사과 조항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함으로써 가해학생에게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에게는 가해학생의 사과를 통한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조항이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 및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을 통한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기여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가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나 이는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가해학생의 양심이나 인격권에 지나친 제약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서면사과 조항에서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나 서면의 형식으로 사과하는 것 외에 사과의 내용에 대해서는 가해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치나 불이익이 없어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헌 의견을 낸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학교폭력 문제에서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를 통한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이 매우 중요하나 '사과한다'는 행위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감정 내지 의사의 표현이므로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과한다는 행위는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것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므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의 제한 정도가 성인들의 것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가해 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교육·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학부모대표가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구성하고 있는 자치위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반드시 회의를 소집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결정하게 하고 학교장이 이를 따르게 한 조항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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