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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접근 금지조항 없는 '피해자보호명령'…헌재 '합헌' 결정

기사등록 : 2023-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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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도 양상에 따라 광범위한 피해줄 수 있어" 헌법불합치 의견 우세
위헌·헌법불합치 정족수 미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피해자보호명령'에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구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55조의2 제1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으나 위헌·헌법불합치 정족수(재판관 6명 이상)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022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해 있다. 2022.10.13 hwang@newspim.com

A씨는 2017년 아버지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접근금지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등의 피해자보호명령을 해줄 것을 청구했고, 법원은 우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A씨는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포함해달라며 항고를 제기했으나 항고심 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서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A씨의 항고를 기각했다.

A씨는 항고심 중 우편 접근금지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가정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합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선애·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은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와 시간·공간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정서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을 때 법원의 신속한 권리보호 명령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편지나 엽서 등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는 우체국 등 배송기관을 거치고 발송에서부터 도달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 우편물의 도달 및 수령 과정 등에서 피해자가 받게 되는 일상생활의 지장 정도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즉각적이거나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다른 조치들과 비교해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가 피해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거나 우편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것이 피해자의 안전과 보호를 담보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어 "피해자의 직장에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우편물을 수시로 보내는 경우와 같이 침해의 구체적인 양상에 따라서는 우편을 이용한 침해도 전기통신을 이용한 침해 못지않게 얼마든지 피해의 정도가 반복적이고 광범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들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한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피해자보호명령 자체가 아닌 우편물을 이용한 접근금지 규정을 두지 않은 것에 있다고 보고, 단순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으로 조항을 없앨 시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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