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전기차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회사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과 자동차 기종별로 전기차 시장의 차별화가 부각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거래처를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기업인 GM과 미국 미시간주에서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이 자리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SDI의 합작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5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양사는 총 3~5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북미 현지에서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짓는 것은 지난해 4월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미국 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제조. [사진=로이터 뉴스핌] |
GM은 기존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에서 벗어나 삼성SDI와 이번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GM은 지난 2019년 LG엔솔과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한 후 북미에서 1~3공장을 건설·운영 중이다. LG엔솔이 GM과의 네 번째 공장 설립에 부담을 느끼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LG엔솔은 일본업체에 대한 배터리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연간 생산능력 4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그동안 GM은 LG엔솔로부터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는데,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SDI로부터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배터리 종류 다양화와 공급 안정화 차원에서 거래처 다변화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에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간 합종연횡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엔솔은 미국 포드,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협력해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당초 포드는 SK온과 협력을 검토하다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신 LG엔솔과 손잡기로 했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내 '블루오벌SK'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운영·건설 중이다. 포드 역시 다양한 배터리 공급처와 손을 잡게 됐다.
더군다나 최근 포드는 중국 배터리 기업 닝스더다이(CATL)와 협력해 미국내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 합작 공장을 세워 CATL의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CATL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장벽을 교묘하게 뚫으면서 향후 다른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초기 단일 제품에 의존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전체 라인업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셀 선택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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