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중대재해 감축에 사활을 걸겠다던 고용노동부가 정권 교체 이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포부와 달리 올해 사고사망만인율 감축 목표치를 자연 감소나 마찬가지인 0.37‱(퍼밀리아드)로 낮게 설정한 것인데, 이는 문재인 전 정부에서 수립한 산업재해 감소 대책 목표보다 후퇴한 수준이다.
올해 중대재해 관련 예산과 인력이 역대 최고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성과 달성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 '소심한' 중대재해 감축 목표…文정부 때보다 낮아
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올해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 목표치를 0.37‱로 결정했다.
지난해 0.43‱와 비교해 0.06‱ 감소한 수준이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이 연간 0.03~0.05‱가량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연 감소나 마찬가지다.
최근 5년 간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2018년 0.51‱ ▲2019년 0.46‱ ▲2020년 0.46‱ ▲2021년 0.43‱ ▲2022년 0.43‱ 등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당초 고용부는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사고사망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로 낮추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올해 제시한 감축 목표치는 자연 감소 수준인 0.37‱로 낮게 설정하면서 중대재해 감축보단 성과 달성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 정부는 산재 감축 목표를 수립할 때 당시 사고사망만인율 0.54‱에서 절반 정도인 0.27‱까지 감축하는 걸 고려했다"면서 "현 정부는 OECD 평균 수준인 0.29‱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 예산·인원 다 늘렸는데…적극행정 나서야
앞서 2018년 문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발표하며 사고사망만인율을 2022년까지 0.27‱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목표를 높게 수립한 탓에 달성하지 못했고, 이를 학습한 윤석열 정부는 여느 때보다 높은 예산을 책정했음에도 목표를 낮게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산업 안전 관련 예산은 총 1조3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억원 증대했다.
또한 고용부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꾸준히 산업안전보건감독관 인력을 늘려왔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분야 근로감독관 수는 전년 대비 52명 증가한 793명이다.
최근 5년간 고용부의 산업안전감독관 추이를 보면 ▲2018년 438명 ▲2019년 539명 ▲2020년 569명 ▲2021년 741명 ▲2022년 793명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다.
고용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빌미로 수년간 덩치를 키워왔으나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를 두고 기업과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주무부처부터 적극적으로 감축 의지를 피력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에도 사고사망만인율이 유지되는 등 최근 정체된 사고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그간의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작년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자기규율과 엄중 책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OECD 평균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을 목표로 로드맵 과제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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