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의사와 치위생사 중 누가 마취했느냐를 놓고 대립한 재판에서 대법원이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환자를 비롯해 병원 조사 공무원 등 관련자의 진술에 따른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 300만원씩 선고받은 치과의사 A씨와 치위생사 B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경남 김해의 한 치과에서 근무하는 A씨와 B씨는 2018년 6월 21일 환자 C씨의 하악 좌측 잇몸에 무통마취기로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입하는 등 의료 행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마취제를 주입했느냐를 두고, 병원 측과 환자의 주장이 엇갈렸다.
병원 측은 "의사인 A씨가 직접 마취주사를 놓은 후 B씨가 마취주사를 잡고 있는 보조행위만 했고, 다시 A씨가 이를 건네받아 제거했을 뿐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반면 C씨는 B씨가 마취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2심 재판부는 A·B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환자가 진정서를 제출한 후 두 차례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진술하면서 일관되게 '잇몸에 마취주사를 할 당시 여자 치위생사가 따끔하다고 말하고 직접 마취주사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유죄 근거로 판단했다.
C씨는 "직접 목격을 한 것이 아니라 도포를 쓴 상태에서 촉각과 청각으로 여자 치위생사가 마취를 한 것이라고 느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보건소 공무원은 A씨로부터 "바쁠 때는 치위생사가 단독으로 마취행위를 하기도 했다"라는 진술을 들었고, 환자의 남편은 A씨에게 "마취를 놓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놓았습니까"라고 묻자, A씨는 "위생사가 놓았습니다, 마취는 제가 놓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A·B씨는 항소에 나섰으나 기각됐다. 대법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보강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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