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8일 KT는 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단독후보로 결정됐고, 그 다음날인 오늘 윤 사장의 요청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KT 차기 CEO 선임 과정에 정치권 외풍이 이어지는 상황에 KT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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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치적 외풍이 KT 내부적으로 조직원들을 결집시켰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다시 낙하산 인사를 받으면 KT가 망할 수도 있으니 독립성을 지키자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 된거죠.". KT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진행된 차기 CEO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에는 총 18명의 사외이사 후보가 지원했고, 이 중에는 여권 인사 및 여권 성향의 외부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지만 4명으로 압축된 후보자 명단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 반발이 이어졌다.
KT가 이번에 발표한 지배구조개선 계획에는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여권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들이 담겼다. KT는 대표이사 선임절차 및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 등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객관성을 확보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미 차기 CEO 선임 과정에 외풍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내 놓은 지배구조개선 작업은 소 잃기 직전 외양간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작년 12월 구현모 KT 사장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는 연임 적합 판단을 내렸고, 그와 함께 구 사장이 복수후보 재심사 방식을 택하겠다고 제안한 후 이사회는 곧바로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있은 후 15일 동안 일절 대표이사 공모나 심사 진행 절차에 대해 내부나 외부에 공지하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15일 후 갑자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구 대표가 최종후보자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바라보는 내부 구성원들이나 외부에서는 형식적 절차 진행을 통한 짬짜미식 대표이사 선임이라는 비판이 확산됐다"면서 "이러한 구현모 대표의 연임 추진을 위한 절차상 하자는 국민연금공단 등에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T 차기 CEO 선임 과정에 정치권 입김이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민간기업으로서 큰 리스크다. 지난 4개월간 차기 CEO 선임 과정에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15%이상 급락한 KT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물론 외풍은 밖에서부터 불어오지만, 외풍을 막을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 방어막을 세울 수 있었던 시간은 지난 3년 간 충분했다. 뒤늦은 KT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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