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두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도 맞춤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자금 조달 여력이 있는 회사들은 인력과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작은 시설의 특장점을 살리거나 항체 이외의 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CDMO 실적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CDMO 제품 매출액은 2조1613억원으로 2021년 1조1442억원 대비 49.1% 늘었다. 삼성바이오의 CDMO 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전체에서 78%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조감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공장, 2공장, 3공장,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의 성장처럼 CDMO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 등 대기업도 CDMO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나서면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해당 분야에서는 5년간 최소 수천명의 인력이 필요할 예정이다.
◆보수적 시장서 살아남으려면…인력·건설 투자 필수
CDMO의 성공 여부는 투자다. 제약사들은 의약품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우선으로 선정한다. 따라서 운용 실적(track record)이 좋은 기업 위주로 수주를 주는데, 운용 실적이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CDMO 기업들이 공장 규모나 인력으로 승부하게 된다. 따라서 대규모의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유리하다.
롯데바이오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시라큐스 공장 인수 이후에도 북미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며, 국내에는 총 36만리터 규모의 메가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상하반기를 나누지 않고 인력을 수시로 채용한다. 지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지원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활용 중이다. 올해 TO를 한정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어떤 인재라도 뽑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그룹사의 자금을 이용해 생산 캐파를 15만4000리터까지 키웠다. 현재는 1공장에서만 임상 제품을 생산중이지만 앞으로 점차 수주를 받을 계획이다. 4공장은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진행중이며, 연내 2·3·4공장 GMP 인증 신청을 할 예정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소규모 기업들은 시설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자체적으로 공장을 짓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설 투자 어려운 중견 회사들, 틈새 전략 찾는다
시설 투자에 돈을 들이기 어려운 기업들은 틈새 전략을 찾고 있다. 지놈앤컴퍼니와 종근당바이오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 암이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결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다. 두 회사는 태동기인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넥스의 경우, 대형 제약사보다는 바이오벤처를 겨냥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넥스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설계를 갖췄다. 바이넥스의 캐파는 1만1500리터로 삼성바이오의 60만리터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지만, 바이넥스는 한 라인에 캐파를 1000리터씩 마련하고 있어 생산 라인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다. 바이오벤처가 임상과 초기 상업용 생산 과정에서 의약품을 소량으로 생산해야 할 때 바이넥스를 찾게 되는 셈이다.
시설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이점으로 활용하는 회사도 있다. 에스티젠바이오 관계자는 "생산 규모가 큰 경우,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이 어렵지만 독립된 소규모 형태의 에스티젠바이오의 생산시설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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