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금통위원)은 16일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근원물가를 더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근원물가는 유가나 곡물가 등 공급 변수를 제외하고 수요 압력에 의한 물가 상승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4.0%로 한 달 전(4.1%)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2월(2.9%)과 비교하면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 금통위원은 기저효과로 3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꺾였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시각은 경계했다. 한은은 3월 물가 상승률은 2월(4.8%)보다 떨어져 4.5%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 금통위원은 "기저효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게 브레이크 포인트인가, 트렌드가 바뀌나, 물가가 꺾였다 정보를 주지 않는다"며 "통화정책 향방 관점에서 물가가 잡히냐, 안 잡히냐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당분간 근원물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3월1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한국은행] 2023.03.16 ace@newspim.com |
박 금통위원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4월 기준금리 결정 셈법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4월11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박 금통위원은 "국내 물가 상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결정, 중국 상황 등을 고차원 방정식을 보고 금통위 의사 결정을 하는 것과 같다"며 "지금까지 5차 방정식이었다면 최근 일주일 상황은 7차, 8차 방정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금통위원은 "원칙적으로 맨데이트(지침)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며 "물가와 금융 안정 아래에서 중요 변수로 고려하겠다"고 부연했다.
박 금통위원은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해 통화정책 경로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금통위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재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장금리도 다 같이 올랐다"며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히 훼손됐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및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은행권 금리 산정이 적절한지 개입할 근거가 있다"면서도 "다만 은행권 과점으로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금통위원은 오는 4월20일 임기가 끝난다. 오는 4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가 마지막 회의인 셈이다. 박 금통위원과 함께 주상영 금통위원도 오는 4월20일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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