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뉴스핌] 정광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들이 원할 경우 마포구 신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지상화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선진국 사례처럼 인근지역 발전에 도움만 줄 수 있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다. 여전한 반대 여론은 지속적인 소통으로 잠재운다는 방침이다.
유럽출장 중인 오 시장은 현지시간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해 유럽의 선진 사례를 살피고 마포 신규 소각장 건립에 벤치마킹 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지시간 20일 덴마크 코펜하겐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건물을 디자인한 '비야케잉갤스그룹(BIG)'의 이진호 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3.03.21 peterbreak22@newspim.com |
◆옥상 '스키장' 만든 덴마크 성공사례 '벤치마킹'
아마게르 바케는 한계수명이 지난 열병합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발전소 시설로 2017년 완공됐다. 연면적 4만1000㎡, 10층 높이(전망대 85m, 굴뚝 125m)에 달하는 규모로 일 1200톤, 연간 40만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소각해 15만 가구의 열과 전기를 생산한다.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발상으로 이용해 소각시설 지붕에 인공 언덕을 조성하고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이에 '코펜힐(Copenhill)'로도 불린다.
슬로프 옆 산책로를 통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고 전망카페를 통해 코펜하겐 도심도 즐길 수 있다. 북쪽벽에 높이 85m, 너비 10m 규모의 인공 암벽장을 만들어 클라이밍도 가능하다. 독창적 기능과 아름다움으로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가 꼽은 '올해의 세계 건축물'에 선정된바 있다.
기능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배출량은 질소산화물 9.92ppm, 황산화물 0.45ppm, 염화수소 0.39ppm, 먼지 0.91ppm 등으로 유럽(EU) 기준치(216.38, 19.42, 6.82, 11.11)를 크게 하회하며 서울시 4개 소각장 평균(14.54, 0.18, 1.73, 1.2)과 비교해도 뛰어난 수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지시간 20일 덴마크 코펜하겐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건물을 디자인한 '비야케잉갤스그룹(BIG)'의 비야케 잉겔스 대표 건축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3.03.21 peterbreak22@newspim.com |
매년 해외 쓰레기를 수입하며 받은 처리비 70억원을 포함해 300억원 가량의 수익도 발생한다. 친환경과 휴식에 경제적 효과까지 가미한 '랜드마크인 셈이다.
오 시장은 "일하는 분들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라. 아이 손을 잡고 소각장 산책로를 오르는 아빠의 모습을 봤는데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불안함을 느끼며 그럴 수 있겠는가. 우리도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주민 원하면 지상화 가능, 소통으로 문제 해결
서울시는 마포구 신규 소각장 건립에 아마게르 바케의 선진적인 요인들을 접목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주민들이 혐오시설이 아닌 문화시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요시설 및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편의시설을 만들어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주민반대가 있는데 이 부분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신규 소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그 기회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다. 돌아가면 소통의 기회를 여러번 가지도록 하겠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분명하게 전달해서 불필요한 오해는 풀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원한 경우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현재 추진중인 신규 소각장 시설의 지하화 여부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 전경. [덴마크 코펜하겐=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3.03.21 peterbreak22@newspim.com |
아마게르 바케의 경우 자상에 건립돼 이를 활용한 스키장이나 전망카페 설치 등이 가능했지만 마포 신규 소각장은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어 각종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상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의미다. 주민들이 원하면 당연히 지하에 시설을 만든다. 다만 주민들이 원하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위해 지상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이 걱정하는 기존 소각장과 신규 소각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간(9년)은 예상치다. 그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주제다. 중요한 건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각장을 만들겠다는 점이다. 계속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