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유통업계가 '명품 대통령'의 방한으로 떠들석하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을 맞이하기 위해 국내 유통 그룹의 총수들이 직접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명품 브랜드의 위상이 더 높아진만큼, 총수들이 직접 나서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와 우호적인 관계 만들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20일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방한 이튿날인 21일 아르노 회장은 전날에 이어 국내 주요 백화점과 특화 매장을 찾으며 종횡무진했다. 전날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성수에 위치한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데 이어 이날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았다.
아르노 회장 맞이는 모두 기업의 총수들이 책임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점에서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대백화점 대표를 대동해 아르노 회장을 맞이했다.
신동빈 회장은 아르노 회장에게 매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물론, 팝업 매장을 운영했던 위치까지 상세히 설명하며 롯데그룹이 LVMH그룹 소속 브랜드를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강조했다.
아르노 회장과 함께 방문한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 아르노 티파니앤코 총괄 부사장을 고려한 것인지 지하철과 연결된 통로를 거쳐서 넘어가야 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위치한 티파니 매장까지 들르며 약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앞줄 왼쪽)이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와 함께 방한 이튿날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은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맞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명품 브랜드 유치로 최단 시간 내에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간 상징적인 점포다.
이날 정지선 회장은 아르노 회장에게 1층 루이비통과 티파니 매장을 비롯해 셀린느 팝업 매장, 6층 루이비통·디올 맨즈 매장 등을 1시간가량에 걸쳐 소개했다.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한 목적은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 입점도 의논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천공항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최초로 유치하며 각별한 사이가 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만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아르노 회장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 머물렀기 때문에 호텔 내부에서 이부진 사장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 총수들이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맞이한 이유는 LVMH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는 동안에도 2021년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간 백화점은 2020년 5개에서 10개로 2배가 늘었다.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매출 1조 점포는 모두 이른바 3대 명품이라고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찰을 앞두고 있는 면세점 입장에서도 아르노 회장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제2여객터미널에 들어설 복층 면세점 매장에 루이비통과 샤넬이 입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권인 DF3과 DF4에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잡기 위해선 루이비통 입점이 필수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면서 명품 브랜드 입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