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월북몰이를 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첫 공판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며 이 사건은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장이 적법하다는 전제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대준씨가 사망한 사실을 은폐하지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면서 "당시 회의에 참석한 수백명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은폐하겠다고 마음먹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은폐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저희들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만 정무적, 정책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검찰에서 사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4 mironj19@newspim.com |
서욱 전 국방부장관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은 장관 취임 3일차였다"면서 "어설프게 첩보 삭제를 지시하거나 실종 관련 정보를 은폐 시도하다가 나중에 유출될 경우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은폐를 시도·지시할 동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실확인 여부가 판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첩보 내용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방부장관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뿐"이라며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월북몰이 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목격자도 없는 이 사건에서 이대준씨가 월북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사실로 확정된 바 없고 검사가 이를 입증한 적도 없다"면서 "이 부분은 판단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애초에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의율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안보회의에 참석할 지위에는 있었지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았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과 노 전 비서실장 측은 상피고인들과 공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에 직접 출석한 피고인들은 "변호인 의견과 같은 입장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재판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유족 이래진 씨는 "지난 4년 동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쟁점은 명확하다"며 "국가가 국가로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을 탄압한 진실을 밝혀내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밝혔던 보고와 지시가 누구를 위해 내려졌는지 밝혀내야 한다. 동생을 월북으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했는지 우리는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23.03.24 mironj19@newspim.com |
앞서 가장 먼저 기소된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위해 보안유지 조치를 지시해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사망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김 전 청장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 및 판단 등에 대한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허위 내용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작성해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사건 발생 다음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장관은 직원들에게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이씨와 관련된 여러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씨가 자진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관련자들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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