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용성 기자 = 과거 친미 행보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균형 외교의 길을 걷고 있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오늘부터 6일동안 중국을 방문한다.
리셴룽 총리가 27일 방중해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를 방문한 후 하이난(海南)성 보아오 포럼에 참석하고, 베이징을 방문한 후 4월1일 귀국할 것이라고 싱가포르 총리실 발표를 인용해 환구시보가 이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직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셴룽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에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창(李强)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친화적이면서도, 미중 양국 사이에서 균형적인 메시지들을 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방중에 앞서 지난 25일 리셴룽 총리는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으며, 국제무대에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는 미중 양국의 갈등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미중 양국 사이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중 양국 정상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양국간 대화를 촉구했다.
이렇듯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는 리셴룽 총리지만, 그는 과거에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리셴룽 총리가 2019년4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바이두 캡처] |
그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 회귀 전략'을 제안하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미군 구축함 4척의 싱가포르 배치에 동의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리 총리는 "국제법에 의해 해결하자"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그리고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에 영유권에 대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리 총리는 명확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리 총리의 입장 변화는 2019년에 이뤄졌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과거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도 그는 '전 세계 공동 노력'을 강조할 뿐 '코로나19 기원조사'에 대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27일,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리셴룽 총리가 국가원수로는 이례적으로 6일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중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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