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수행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위반시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현행 식품위생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유치원 원장 A씨가 식품위생법 제96조 등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3.03.23 mironj19@newspim.com |
A씨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영양사 B씨를 채용해 이메일로 유치원 급식 식단표를 전달받았는데 B씨와 함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B씨가 매월 1회 정도 유치원에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 등을 점검했을 뿐 검식이나 배식 관리, 구매식품의 검수 및 관리 등 업무를 하지 않아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에 규정된 영양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B씨의 사용자인 A씨는 양벌규정이 적용됐다.
A씨는 재판 도중 영양사의 직무에 관한 규정인 직무수행조항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식품위생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식품위생법 제96조는 직무수행조항을 위반한 자를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위헌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다"며 "이 사건 처벌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급식시설의 위생적 관리' 업무의 경우 처벌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위생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되거나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지 않아 업무 중 일부를 누락하거나 다소 소홀히 한 경우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처벌조항은 그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거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관계로 어떠한 것이 범죄인가를 법제정기관인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 운영당국이 재량으로 정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정해진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행위 일체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처벌대상이 광범위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아무런 제한 없이 직무수행조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 하도록 함으로써 형사제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행위에 대해서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경중이나 실질적인 사회적 해악의 유무에 상관없이 직무수행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무를 단 하나라도 불이행한 경우 상시적인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집단급식소의 위생과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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