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과거 토지 소유자의 허가로 오랜 기간 도로로 사용됐던 토지에 대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충남 청양군 일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 사이에는 일부 잉여공간이 존재하는데 이는 A씨 소유다. A씨 이전의 건물 소유자는 1994년 B씨 건물 건축 시 해당 공간을 출입로와 차량 통행로로 사용하도록 승낙해줬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후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A씨는 2019년 12월 B씨 측 토지 경계 부분에 약 50cm, 길이 약 36m의 펜스를 설치하고 통행료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B씨와 건물 구분 소유자들은 A씨를 상대로 공작물 철거를 요구하는 본소를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본인 소유 토지를 건물 사용에 필요한 공간으로 점유해 이용하고 있으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수익을 얻고 있다며 맞소송으로 부당이득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냈다.
본소의 경우 1·2심은 원고인 B씨가 패소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19년 12월 27일경 가처분 결정 취지에 따라 펜스를 이미 철거했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펜스에 대한 방해 배제를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진 철거를 완료한 피고가 향후 또다시 펜스 설치를 반복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원고들은 금지 대상을 통행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라고만 특정한 후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반소 1심에서는 원고인 A씨가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토지를 진입로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피고에게 반환해야 할 토지 사용료 부당 이득은 감정평가 금액대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반소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이전 소유자에게 도로사용 승낙을 받아 건축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인근 주민들 또한 토지를 도보 또는 차량 통행로로 이용해왔다"며 "토지 사용을 금지하면 큰 불편이 초래되는 상황에 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 행사에 따른 이익 없이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고통만 가하는 것이 되어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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