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파격적인 가격 인하와 손실 보전을 약속하며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퍼스트시티즌스은행에 넘기는 데 성공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막대한 비용을 떠안게 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포괄적 보험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긴 했으나, 제2의 SVB 은행이 나타날 위험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FDIC의 예금 보험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가운데 FDIC가 늘어날 부담을 대형 은행들에 지게 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FDIC 건물 [사진=블룸버그] 2023.03.30 kwonjiun@newspim.com |
◆ FDIC 기금, 美 은행 전체 예금의 0.7%
FDIC는 미국 예금주들이 은행 및 저축은행에 모아둔 자금을 보호해주는 미국 정부의 독립 기관으로, 원칙적으로는 은행 파산 시 1인 1계좌에 대해 최대 25만달러의 예금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전체 은행 위기로 번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문제가 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DIC는 SVB 파산으로 200억달러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25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각각 부담하게 됐다.
최근 옐런 장관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 보험(blanket insurance)' 제공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중소 금융 업계는 전체 예금에 대한 정부의 보증 없이는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 FDIC가 현재 보유한 예금보험기금은 1280억달러 정도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 기준으로 밝힌 미 은행들의 전체 예금액은 17조5563억달러인데 예보기금은 전체 예금의 단 0.7%에 불과한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블룸버그] |
◆ 대형은행 부담 증가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FDIC가 앞으로 늘어날 비용 부담 중 상당 부분을 대형 은행에 전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FDIC는 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오는 5월 특별 보험료(special assessment)를 산정할 계획이며, 소형 은행들의 부담은 가급적 줄이라는 정치권의 압박을 감안해 대형 은행들의 보험료를 높게 부과할 전망이다.
통신은 이미 수십억 달러씩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JP모간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등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FDIC의 보험료 산정 시기나 규모에 관한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나, 대형 은행들에 부담을 집중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가장 적절한 솔루션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회에서는 SVB의 "매우 부유한 예금주"들을 구제하는 데 예금 전액 보장이라는 이례적 조치가 사용됐다면서, 소형 은행들이 관련 부담을 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티 머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옐런 장관에게 "당신은 (SVB와 같은) 리스크도 없이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커뮤니티 은행들에게까지 부담이 될 특별보험료 산정 필요성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수의 소형 은행들은 SVB 예금주와 달리 예금액이 적은 서민들이 예금주라고 강조했다.
SVB 붕괴로 불안해진 미국인들이 중소 은행에 예치했던 수백조원의 예금을 대형 은행 및 머니마켓펀드로 옮긴 점도 중소 은행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도 특별보험료를 납부해야 했는데, 지난 2009년 FDIC가 55억달러의 특별보험료를 거뒀을 당시 JP모간의 경우 6억7500만달러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파산 위기설이 불거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경우에도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이미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하기로 하면서 뱅크런을 일단 차단한 바 있다.
통신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FDIC의 개입이 불가피해질 경우, 대형은행들은 특별 보험료를 통해 추가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