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SR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단독 운영하는 고속철 노선에서 전부 운행을 시작한다. 두 운영사의 시·종점 제한 등 한계가 존재하지만 철도 경쟁체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고속철도 민영화 대신 채택된 철도경영체제가 10년만에 실현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 계획대로 SR 노선을 늘리려면 차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코레일과 협의를 거쳐 운행 횟수 조정, 정비 효율화 등을 통해 신규 노선을 위한 차량 3대를 확보한다는 목표지만 기존 노선 영향이 불가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코레일 일반·준고속열차 노선만 단독운행…SR 차량부족 해결 '과제'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SR은 오는 9월부터 경부‧호남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을 신규로 운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의 수서발 고속철 운행 확대 방안을 철도산업위원회에서 논의·의결하고 당정협의를 거쳤다.
해당 노선은 그 동안 코레일이 단독으로 운영해왔다. 추석 이전부터 SR이 운행을 시작하면 모든 고속철 노선에 SRT와 KTX가 모두 다니게 되는 것이다. 고속철도 운영사 경쟁체제가 보다 강화된다는 의미다. 수서발 경전선 운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사항으로 이후 국토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수서발 고속철 운행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일반열차와 준고속열차 노선만 단독 운행하게 된다. 준고속열차 노선은 강릉선, 안동선, 경강선, 중앙선 등이다. 다만 경강선, 중앙선은 차량운행계획에 따라 KTX-산천 등이 다닐 가능성은 남아있다.
문제는 SR이 신규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철산위를 거쳐 정한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 하루 4회씩(왕복 2회) 동시 운행을 위해서는 고속철도 차량 3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SR은 현재 운행 중인 경부고속선에서도 차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추가 운행 여력이 거의 없다.
반면 정부는 코레일과 운행계획 조정, 정비 효율화를 협의해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목표지만 한계가 있을 경우 한 대 정도 기존선 차량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차량 정비의 경우 SR이 노선 확대를 앞두고 수서역에서 자체 정비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실행이 불가능한 만큼 코레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운행 중인 차량 운행의 일부 비효율적인 부분을 조정하면 추가 차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기존 노선에 영향이 없도록 코레일, SR과 협의 중"이라며 "필요 차량을 전부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선에 영향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수서발 운행노선 확대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추진하는 만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SR 평택차량기지 건설 등 독자노선 본격화…시종점 제한 등 한계 여전
모든 고속철도 노선에서 코레일, SR의 경쟁체제가 본격화하면서 SR의 독립성 강화 움직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앞서 SR은 작년 말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를 계기로 자체 차량정비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연내 발주할 차량 14대 자체 정비를 위해 평택차량기지 건설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경쟁체제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코레일, SR의 시·종점이 여전히 제한돼 있고 열차 예발매 시스템, 차량검수, 운행관리, 콜센터 등 열차 운영을 위한 시스템의 상당부분을 코레일에 의존하고 있다. 직원 규모만 봐도 SR 직원은 3만명에 달하는 코레일의 2%에도 못미치는 500명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올해 초 고속철 경쟁체제의 통합 여부를 놓고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판단을 미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SR 출범 후 운영이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경쟁체제를 완성시키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독점하고 있고 SRT, KTX 모두 출발역이 제한돼 있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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