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한화와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의 국내 기업 결합 승인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자, 한화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가 기존 잘나가던 방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의 도중 쟁점을 공개한 것도, 한화가 공정위에 불만을 대놓고 표시한 것도 모두 이례적이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3일 백브리핑을 통해 한화와 대우조선 간 심사경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해외 경쟁당국 7곳은 이미 기업결합 승인을 마쳤는데 정작 한국 공정위의 느린 결정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공정위는 "한화-대우조선의 기업결합 때 함정 시장에서 경쟁사가 차별받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몇 가지 제약을 걸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를 무시한 채 기업결합 승인을 내릴 경우 향후 특혜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시정방안은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와 특정 기간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행태적 조치'로 나뉜다. 공정위 결합심사팀 내에선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의견을 조율중이다. 공정위는 심사가 많이 진행된 만큼 최종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건부 승인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정위 심사관이 시정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에서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한화가 우려하는 것은 조건부 승인 가운데 구조적 조치를 받았을 경우다. 구조적 조치가 내려질 경우 일부 관련 사업부분 매각이나 관련 기술, 인력을 이전해야 하는데 한화는 자칫 잘하던 방산업에도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화 계열사 내 방산업 일부 사업군을 매각하거나 주요 기술력을 다른 기업으로 이전 해야할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조건 없는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 한화는 전투지휘체계, 발사대, 레이더 등 함정부품을 생산하고, 대우조선은 여러 부품으로 함정을 만든다. 공정위는 함정 부품 기술정보가 경쟁사에 차별적으로 제공될 경우 함정 입찰 시 기술·제안서 평가에서 경쟁사에 불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선사 경쟁사들 역시 가격 경쟁에서 한화에 유리한 입찰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측 우군으로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공정위와 산업은행간 신경전으로 번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일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실패할 경우 국내 조선업과 방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에 대한 2조원 유상증자 방안이 포함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한화가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획득하게 되고, 산업은행은 지분 28.2%로 낮아져 2대 주주가 된다.
업계 안팎에선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요구할 경우 한화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점 경쟁을 막기 위한 조건부 승인이 세게 내려질 경우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인수합병이 기업의 성장과 규모를 빨리 키울 수 있지만 양날의 칼(double egded sword)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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