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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중수교'에 "'한-대만 단교'가 가장 큰 성과"…北, 중국 맹비난

기사등록 : 2023-04-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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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국교 수립부터 노태우 대통령 방중까지
외교부, 1992년 북방외교 외교문서 공개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1992년 8월 24일 한·중 국교 수립 당시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양국 수교가 역내 평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한·대만 단교'를 가장 큰 성과로 여기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6일 공개한 한중수교 과정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30년이 경과한 1992년도 외교문서 2361권(약 36만쪽)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한국과 대만의 단교에 "한국이 대단한 정치적 결단을 해주었다. 이로써 한국에 큰 빚을 지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1992년 8월 24일 발표한 공동성명. 2023.04.06 [사진=외교부 공개 외교문서 캡처]

한중 수교 체결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후카다 하지메 일본 사회당 의원은 당시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한-대만 단교가 금번 한중 수교의 가장 큰 성과임을 솔직히 인정했다"고 중국 내부 분위기를 주일본 한국대사관 측에 전했다.

대만은 한중 수교 가능성을 감지하고 불안함을 나타냈다. 이등휘 대만총통은 1992년 1월 김종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에 남아있는 공산주의 세 나라(중국, 북한, 베트남)는 시간문제이지 저절로 넘어질 것이 확실하다"며 "대륙(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늦춰 신중히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다만 대만 측은 한중 수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면담에 배석한 첸푸 대만 외교부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북방정책을 충분히 이해하나 만약 대륙과 수교한다고 하더라도 양국 관계가 현재대로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혈맹인 중국이 한국과 수교한 데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후카다 의원은 중국을 방문하기 전인 1992년 8월 22일 방북해 김용순 당시 노동당 국제부장과 만난 후 "한중 수교에 대해 북한 노동당 간부들은 애써 태연을 가장하려는 자세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당시 후카다 의원에게 1992년 4월 양상쿤 국가주석 방북 때 '연내 한중수교 원칙'에 대한 시사가 있었고, 수교 일자 통보는 약 1주일 전에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 18일 이선진 주홍콩총영사가 일본영사와 접촉한 뒤 작성한 문서에는 "김정일이 (한중일 간 수교 이후) 장시간의 내부 연설에서 '일부 공산주의 국가들이 돈 때문에 공산주의 원칙마저 포기하고 있다'는 등 중국을 맹렬히 비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 차이퉁(Sueddeutsche Zeitung)은 '한중수교'와 한국 정부의 북방정책에 대해 1992년 9월 29일자 '두 번째의 커다란 전환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첫 번째 전환점은 1990년 말 노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이며, 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두 번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1992년 8월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결정했다. 이상옥 외무부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첸지천 중국외교부장과 양국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 한중수교가 공식 수립됐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유엔헌장의 원칙들과 주권 및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 그리고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해 항구적인 선린우호협력 간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에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수교 이틀 전인 1992년 8월22일 대만은 한국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정부는 '중국이 남북한과 수교하면 우리도 대만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가질 수 없는가'란 질문에 "남북한은 상대방과 제3국과의 동시수교를 상호 수용해왔고, 유엔에도 동시 가입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대만은 양측이 제3국과의 동시수교를 수용하지 않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독립된 국가로서 동시에 인정되지 않고 있어 우리가 중국, 대만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통 우방국에 대한 신의를 저버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 간의 관계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자국의 안보적, 경제적 이해 관계상 불가능하다면 통절히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미국, 일본과 모든 서방국을 포함한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대만과 단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대만과 단교하게 된 것은 부득이한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부가 이번에 공개한 30년 전 외교문서에는 이 밖에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 및 유엔, 중국, 일본 방문 ▲부시 미국 대통령, 옐친 러시아 대통령, 미야자와 일본 총리 및 찰스 영국 왕세자 방한 ▲베트남, 앙골라, 탄자니아 등과의 국교수립 ▲북한핵 문제(북한․IAEA(국제원자력기구) 간의 핵안전조치협정 체결 및 핵시설 사찰 문제 포함) 등이 포함됐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외교문서철 목록 및 수록 내용은 주요 도서관과 정부 부처 자료실 등에 배포된 '외교문서 공개목록', '대한민국 외교문서 요약집'(구(舊) 외교사료해제집)과 외교사료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4월 말 '공개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 구축 완료 시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원문 정보 청구 및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1994년부터 총 30차례에 걸쳐 약 3만5100여 권(약 500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왔다. 올해 외교문서 공개는 30번째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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