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테슬라가 3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48볼트(V) 기반 E/E 아키텍처 도입을 예고했다. 이것이 완성될 경우 전력 효율과 차량 경량화가 이뤄질 예정으로 다른 완성차 기업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48V 기반 E/E 아키텍처 도입의 효과를 분석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미트패킹지구에 전시된 사이버트럭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960년대 자동차 전장 부품의 표준 전압이 6V에서 12V로 변화한 이래 대다수 승용·소형 상용차는 12V를 상정한 배터리와 발전기, 그에 맞춰 설계된 전장 부품을 사용해왔다. 전기차나 하이브릳드차, 마일드하이브리드차 등은 구동계 일부에 고전압 부품을 사용하지만 그 경우에도 일반적인 저전압 전장부품은 12V 혹은 그보다 낮은 전압으로 작동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그러나 차기 모델인 사이버트럭부터 48V 기반 E/E 아키텍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48V 기반 아키텍처에 대해 "구조적으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차량 경량화에도 일부 기여한다"며 "동일 필요전력 조건에서 12V에서 48V로 전환 시 전류가 1/4 수준으로 줄면서 각종 전력 손실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전력의 3~7% 가량을 소모하는 조명, 인포테인먼트, 조향 등 일반적인 전장 부품의 전력 손실을 줄이고 그 외 공조 시스템이나 전력 변환 시스템의 효율도 개선할 여지가 있으며 배선을 단순화하고 전선 증량을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 및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차량용 48V 부품이 시장에서 흔치 않아 단기적으로는 납품 단가가 이전 대비 높아질 여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아키텍처, 모듈러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테슬라의 전략을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더욱이 사이버트럭 양산이 임박한 시점에서 테슬라가 48V 적용을 공언한 것을 새로운 규격의 부품을 적정 비용으로 양산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부품 기업들과 협의를 완료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기성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던 테슬라가 이제 자체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설계의 주도권과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48V 전환의 실질적인 이점이 증명된다면 레거시 완성차 기업은 추격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일부 완성차 기업은 여러 계층의 부품 기업들과 장기 협력하며 생긴 관계적·조직적 관성 때문에 48V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질적인 전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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