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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①군부독재 탄압 방지 보루...李 '방탄 논란'에 폐지 재점화

기사등록 : 2023-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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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정기 '의원 체포' 막기 위해 최초 제정
'이재명 체포동의안' 추가 청구시 재논란 불가피
민주 국가선 대부분 보장...최근 제한하는 추세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44조 1항)

불체포특권은 군부독재의 불합리한 탄압으로부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보호했던 수단으로 상징된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엔 정치자금법 위반 등 개인비리 보호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며 국민적 지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치권은 '방탄 국회' 오명을 벗기 위해 '불체포특권 폐지'를 앞다퉈 주장했으나 늘 공염불에 그쳤다. 대형 선거 때마다 정치 개혁의 단골 주제로 거론되는 불체포특권 폐지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27 leehs@newspim.com

◆ 군부독재 정치 탄압 시기 '입법부 보호' 상징

영국 의회가 1603년 왕 제임스 1세의 의원 체포·구금에 맞서 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제정한 것이 불체포특권의 시초다. 프랑스의 경우 대혁명 직후인 1790년 법령에 '의회의 동의 없이 의원을 체포·기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왕정 시대에는 의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입법권이 무력화될 우려가 더욱 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행정부로부터 입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 불체포특권을 도입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독재 권력의 정치 탄압에 맞서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해주는 순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론 정적 제거를 위한 불합리한 탄압이 현저히 줄었다. 이때부터 불체포특권이 국회의원 개인의 비리·범죄에 대한 수사를 막아주는 '방탄용'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1998년 한나라당 소속이던 이신행 전 의원이 대표를 지낸 회사의 불법 비자금 의혹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임시 국회를 네 차례 소집했다. 이때 언론에 '방탄 국회'란 표현이 등장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정치권은 불체포특권 포기 혹은 제한을 앞 다퉈 공약했으나 단 한 번도 실천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지만 집권 이후 외면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시 대선 후보도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2017년 대선에선 꺼내지 않았다.

이태규, 박정하, 유의동, 조경태, 최승재,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규 의원 페이스북]

◆ 李 사법리스크로 '불체포특권 폐지' 논란 재점화

이처럼 대형 선거 때만 반짝하던 불체포특권 폐지 논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지난 2월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개발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2월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로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의 혜택을 입게 됐다.

체포동의안 처리 당시에도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여당이 (불체포특권 제한을) 당론으로 발의하면 100% 찬성하고 동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20대 대선에 앞서 발간한 선거공약집에도 정치 개혁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이 명시됐다.

그랬던 이 대표가 지난 2월 23일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강도와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시켜야 한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당시 조정식 사무총장은 "역사적으로 불체포특권은 막강한 형벌권을 가진 권력자와 행정부가 입법기관 탄압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행사할 때 민주주의가 방해받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게 보호하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 이전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하는 움직임 등으로 이 대표 때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국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등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이 대표를 둘러싼 불체포특권 폐지 논란이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 21대 국회서 가결율 ↑...민주 국가는 대부분 보장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48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68건이다. 이 중 부결은 18건, '가결'은 17건이었으며 33건은 철회되거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20대 국회로 좁혀보면 총 16건 가운데 3건만 가결됐다. 19대에서 박주선 전 민주통합당 의원, 현영희 전 무소속 의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박기춘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으며 20대에선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국회 때 강원랜드 부정청탁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자 비회기 중 자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권 의원 사례를 들어 이 대표에게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선 체포동의안 가결율이 다소 상승했다. 총 6건이 제출됐는데, 이 중 4건이 가결됐다. 지난 2020년 정정순 민주당 의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과 2021년 이상직 무소속 의원(횡령·배임),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뇌물수수)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연달아 가결됐고 모두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만 다수당인 민주당의 결집으로 부결됐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불체포특권이 보장되고 있으나 일부 국가는 최근 들어 특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스페인,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등은 체포뿐만 아니라 의원을 '기소'할 때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까지도 국회 동의 대상에 포함시킨다.

프랑스의 경우 체포·기소 모두 국회 동의가 필요했는데 1995년 개헌으로 체포만 사전 동의를 받도록 변경됐다. 독일도 공동정범, 범죄 후 은닉자 등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영국 역시 1967년 의회 특권특별위원회의 폐지 권고 이후 특권을 점진적으로 약화시켜 왔다. 네덜란드에는 국회의원의 특권 제도가 전혀 없다.

hong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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