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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②"폐지는 시대적 요구"...국민 여론·의원·전문가 '공감대'

기사등록 : 2023-04-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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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여론 물으니...찬성 53.2% vs 반대 34.1%
與 의원들, 특권 포기 서약서 집단 서명
전문가들, 오남용 공감..."합리화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부독재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을 다했고 오히려 개인 부패와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는 방패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개 서약을 했고, 여론조사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나왔다. 전문가들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폐지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으로 발동돼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 불체포특권 폐지 여론 물으니...찬성 53.2% vs 반대 34.1%

12일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9~10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33명에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국민의 과반은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폐지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3.2%, '정치탄압 방어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는 34.1%, '잘 모름'은 12.7%다.

다만 지지 정당에 따라 불체포특권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81.5%가 불체포특권이 폐지돼야 한다고 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30.3% 만이 불체포특권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57.8%는 불체포특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검찰이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및 성남FC 후원 의혹을 받는 이재명 대표를 기소한 것을 '정치탄압'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측은 불체포특권이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에 이용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반면 지난 3월 30일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3.02.23 leehs@newspim.com

◆ 국민의힘 의원들 "시대적 요구...기득권 내려놓아야"

'방탄 국회'를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취임 인사 차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국회 특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형동·박정하·유의동·이태규·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달 29일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 발송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서약서에 서명한 국민의힘 의원은 115명 중 58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들은 "정치가 시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시대가 정치에 요구하는 개혁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 개혁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의원들은 정치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첫번째 개혁과제는 대한민국 정치 사전에 '방탄 국회'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불체포특권은 헌법 조항이라 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없앨 수 없기에 불체포특권을 사문화하는 대국민 서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약에 참여한 이태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현행범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헌법상의 국회의원 권리는 시운(時運)을 다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가 정치변화와 혁신은 물론 대한민국의 개혁과 미래대응 역량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두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으로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국민의 지탄을 받는 범죄 혐의를 받고도 국회의원이라고 불체포특권을 누림으로써 국회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불체포특권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 의원이 말 한 번 잘못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의회의 역할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안다. 지금 상황에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규, 박정하, 유의동, 조경태, 최승재,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규 의원 페이스북]

◆ 전문가들, 불체포특권 오남용 공감..."제도 합리화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오남용된다는 점에 공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이 군주 주권이나 독재 정권 시대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인데 과거의 단순한 불체포특권의 취지를 유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고 하면 특권들은 없애는 게 맞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반민주적"이라고 했다.

다만 오남용이 문제된다고 해서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특권을 없애자는 주장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체포특권은 자주 사용되도록 만든 권리가 아니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며 "오남용 때문에 없애기는 위험성이 크다. 어떻게 하면 불체포특권을 합리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의 절차를 기명투표로 한다든지 제도적인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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