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격차'를 위한 경쟁력인 '스피드'를 앞세워 차세대 시장 공략과 생산능력 격차 벌이기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각광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펀드를 통해 스위스 ADC 개발기업인 아라리스바이오텍에 지분투자를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 생산·개발 분야에서 협력한다.
이와 함께 이미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생산능력 역시 빠른 속도로 격차를 벌이는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공장까지 가동중으로, 올해중 4공장이 완전 가동될 경우 총 60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글로벌 강자들의 경우 생산능력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 생산능력만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올해 착공예정인 5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에는 78만4000리터로 차이를 더 벌이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업계에서는 이같은 차세대 시장 진출이나 생산능력 초격차에서 지금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키워온 '스피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의 최고 경쟁력으로 언제나 '스피드'를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전까지 CDMO 시장에서 '스피드'를 이야기한 곳은 전무했다"며 "모두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약을 생산하느냐'이지 '얼마나 빨리 생산하느냐'를 생각한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직후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어필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곳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이오 제약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그리고 대부분 대형 CDMO들의 경우 제품의 안전성이나 질은 보장되면서 '스피드'는 점차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훌륭한 선택지가 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이미 시작하고 있는 ADC 시장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스피드' 전략이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점차 스피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제품 생산 속도 등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조업 부문에서의 삼성그룹 차원의 경험과 기술력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스피드' 전략을 뒷받침했다. 특히 공장 건설에서 크게 작용했는데, 4공장의 경우 '병렬 공법'(공장 설계·조달·시공 등 주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을 활용해 공기를 일반적인 기간의 절반 수준인 23개월로 줄였다.
단일 공장 생산 능력 역시 기록을 갱신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공장을 착공할 무렵 업계에서는 단일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한계를 9만리터 정도가 대세였다. 이를 넘어갈 경우 오히려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반도체 등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이를 뛰어넘는 15만리터 규모의 2공장 완공에 성공했다. 이어 3공장 18만리터, 4공장 24만리터 등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에 9만리터 이상 공장을 짓겠다고 하자 고객사들도 대부분 말리거나,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다"며 "공장설계부터 많은 논의를 통해 설득했고 결국 성공하자 모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고 그때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삼성은 2032년까지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하고,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제2캠퍼스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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