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정부가 소비자 몰래 무료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거나 대금을 자동 결제하는 온라인 다크패턴, 이른바 '눈속임 상술'에 칼을 빼들었다.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그에 앞서 올 상반기 중으로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다크패턴을 많이 쓰는 사업자와 그 유형을 상세히 비교·분석해 이를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 소비자 낚는 다크패턴 13개 유형으로 분류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온라인 다크패턴 소비자 보호 정책방향'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공정위는 다크패턴 문제의 심각성에 크게 공감하고 지난해부터 이를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공정위는 다크패턴이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므로 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규율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우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다크패턴 행위를 13개 유형(아래 표 참고)으로 정리하고 세부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다크패턴으로는 무료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거나 대금을 자동 결제하도록 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숨은 갱신'으로 칭했다.
또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게 멤버십에 가입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특정옵션 사전선택)도 소비자 낚시에 이용되는 주요 상술로 꼽힌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최종가격을 청구하는 행위(순차공개 가격책정), 계약체결, 회원가입에 비해 해지,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는 행위(취소·탈퇴 방해) 등도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으로 봤다.
◆ 6개 유형 입법 보완…다크패턴 업체 일반에 공개
공정위는 문제가 되고 있는 13개 유형 가운데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반복 간섭' 등 6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율이 어려워 입법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지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 등을 인상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등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다크패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및 사업자 자율규약의 제정·운용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가 당장 법안을 따로 발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의원입법안이 5건 정도 발의돼 있다"면서 "당정협의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입법이 이뤄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문제 행위를 시장에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다크패턴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알리겠다는 의도다.
공정위는 또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문제가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가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상술을 많이 쓰는지 등을 상세히 비교·분석해 공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원에서 최근 오픈마켓, 홈쇼핑 등 종합 쇼핑몰에 대한 1차 조사에 착수했으며, 하반기에도 소비자단체와 함께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 개별 분야에 특화된 쇼핑몰을 대상으로 2차·3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 방지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이를 주요 사업자단체와 공유하고 소속 사업자들이 스스로 개선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을 때에는 현행법을 적극 집행해 최대한 바로잡겠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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