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최근 애플의 금융업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애플이 '넥스트 스마트폰' 사업으로 애플카를 점찍고 이를 염두에 두고 캐피탈 쪽 입지를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이어진다.
반면 애플과 스마트폰 사업에서 경쟁구도를 이어왔던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는 다르게 '넥스트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예금·대출 모두 가능해진 애플, 애플카 진출위한 토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미국 현지에서 고수익 예금 계좌를 선보였다. 단기 대출 형태의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를 선보인지 약 3주 만이다. 이로써 애플은 수신(예금)과 여신(대출) 업무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21일 서울 용산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서 애플 관계자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3.03.21 catchmin@newspim.com |
애플은 2012년 디지털지갑(애플월렛), 2014년 모바일 결제(애플페이), 2017년 개인송금(애플캐시), 2019년 신용카드(애플카드)등으로 금융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애플 월렛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여신업계에선 지난달 28일 애플이 출시한 후불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당 최대 1000달러(약 130만원)까지 먼저 결제하고 최장 6주에 걸쳐 구매대금을 4번 나눠 낼 수 있는 할부 금융 서비스다.
일종의 단기 대출 성격을 갖추고 있는데, 이 사업을 확대할 경우 향후 출시될 애플카 판매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통상 고가의 차를 살 때 소비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할부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있는 현대캐피탈의 경우 소비자들는 현대·기아차 신차를 구매할 때 현대캐피탈 할부 금융과 리스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고, 이 영업구조를 통해 현대캐피탈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용자들을 계속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Lock-in·자물쇠) 효과'를 강조하는 애플의 특성상, 애플 금융 역시 애플카 판매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는 "자동차 사업을 할 땐 캐피탈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애플페이 레이터 역시 할부금융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자동차 사업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기존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파트너사 말고 직접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 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넥스트 스마트폰'은? "덩치키운 반도체가 발목"
[바르셀로나=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갤럭시 S23울트라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2023.02.28 photo@newspim.com |
'넥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애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해 온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그 다음으로 지목할 만 한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애플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가 자동차 사업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단, 삼성의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해 현대차와 미래차 사업을 두고 협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일각에선 최근 몇 년 간 삼성전자에서 덩치를 키어온 반도체 사업부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다음의 먹을거리를 찾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98% 급감한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4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에도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나가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삼성전자는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사업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카를 향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애플의 움직임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다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반도체 사업이 너무 덩치를 키워 오히려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에 돈을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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