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프로야구 초반에 '야구의 꽃' 홈런보다 광속구 경쟁이 볼거리다. 투수놀음인 야구에서 '제구된 광속구'는 '언터처블'이다. 두 명의 한화 선발 불펜 '영건'이 쏘아올린 광속구가 야구팬 마음뿐아니라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화 선발 문동주. [사진 = 한화] |
20세의 문동주(한화)가 불꽃투 경쟁의 신호탄이었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KIA전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던진 3구째 포심패스트볼이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피치트래킹 시스템(PTS)상 160.1㎞로 찍혔다. KBO 역사상 국내 투수가 기록한 최고 구속이다. 2011년 PTS 도입 이후 공식 구속 측정 기록상 가장 빨랐던 구속은 전 LG 투수 레다메즈 리즈의 162.1㎞였다. 2012년 최대성이 158.7㎞를 기록한 이후160㎞대에 근접한 구속을 낸 투수는 없었다.
키움 선발 안우진. [사진 = 키움] |
문동주가 롤모델 삼았다는 키움 안우진(24)이 지난해 찍은 158.4㎞는 은퇴한 최대성(158.7㎞)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현 KBO 최고 투수' 안우진은 올 시즌 지난해보다 평균 1.2㎞가 더 빨라진 154.6㎞의 평균 구속을 기록 중이다. 강속구 투수에게 평균 1.2㎞ 상승은 의미있는 변화다. 그의 직구 수직 무브먼트가 향상되면서 구속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우진이 구속을 끌어올려 문동주의 '광속구 넘버원 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 안우진은 "저도 한 170㎞를 던지고 싶네요"라며 최고 광속구 투수 자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안우진과 문동주는 긴 호흡으로 한 경기에서 100개 안팎으로 던지는 선발이다. 무려 160㎞를 찍으면서 폭발적인 힘을 내는 문동주는 올 시즌 3경기에서 직구 136개를 던져 평균 152.0㎞를 기록했다. 안우진의 평균구속은 154.3㎞로 문동주보다 2㎞ 이상 빠르다. 안우진은 경기 후반까지 최고구속을 뿌리고 최고와 평균의 차이가 4㎞밖에 안 날 정도 힘 배합에 노련하다.
한화 불펜 기서현 [사진 = 한화] |
불펜에서는 19세의 김서현(한화)이 기폭제였다. 고졸신인 김서현은 지난 19일 두산전에서 7회초 이유찬을 상대로 던진 2구째가 PTS상 시속 157.9㎞를 찍었다. 역대 국내 투수 최고구속 4위에 해당한다. 1이닝 동안 17개를 던졌는데 그 중 직구 11개의 평균구속이 155.9㎞ 올 시즌 1위다. 안우진의 평균구속보다 1.6㎞ 빠르다. 불같은 강속구와 예리한 제구, 담대함까지 갖춰 한화의 차세대 마무리로 유력하다. LG 마무리 고우석에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다.
LG 마무리 고우석. [사진 = LG] |
'KBO 최강 클로저' 고우석(25)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직전 일본 오릭스와의 평가전에서 어깨 부상을 입었으나 재활을 거쳐 지난 18일 NC전에 등판, 9회 1이닝 3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부상 이후 첫 등판이라 비교적 가볍게 던졌다. 1이닝 총 투구수 15개 중 직구 8개를 던져 평균 152.3㎞를 찍었다. 최고는 154.2㎞. 평균 속도는 김서현보다 3.6㎞ 느리다. 스스로 '내 목표는 100마일(161㎞)'이라고 밝힌 고우석은 문동진, 김서현의 광속구 소식에 "내 슬라이더가 빠르긴 하지만 내 패스트볼이 느리다고 느껴지면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코 광속구 경쟁에서 김서현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밖에도 이민석(롯데)이 직구 평균구속 151.0㎞를 기록 중이고 라울 알칸타라(두산)와 앨버트 수아레즈(삼성)도 꾸준히 강속구를 던진다. 11일 KIA전에서 최고 154.0㎞짜리 직구를 던진 남지민(한화), 2일 키움전에서 153.7㎞를 찍은 한승혁(한화), 6일 LG전에서 153.7㎞를 뿌린 장재영(키움)도 광속구 경쟁에 합류할 후보들이다. 기온이 더 오르면 이들의 광속구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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