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피고인 대신 가족이 소환장을 수령하자 추가로 소재 파악 조치를 하지 않고 공시송달 결정을 한 뒤 피고인 출석 없이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20년 2월과 같은 해 5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 판매글을 작성하고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이듬해 5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A씨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도 기소돼 징역 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고 구속된 상태에서 벌금형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2021년 7월 출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로 소환장을 송달받지 못해 1회 공판에 불출석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에게 주소보정을 명해 다시 피고인소환장을 송달했고 A씨의 어머니 B씨가 2회 공판 소환장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민등록주소로도 소환장 송달을 시도했으나 주소불명으로 송달불능됐고 A씨는 2회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공시송달로 A씨를 소환했고 A씨가 3·4회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자 그대로 재판을 진행한 후 지난해 9월 A씨 출석 없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 제2항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않은 경우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뒤늦게 선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상소권회복청구를 했고 항소심은 지난 1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 상고하지 못했다"며 상소권회복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A씨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2회 공판 소환장을 피고인의 동거인인 B씨가 적법하게 수령해 원심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에게 공판기일 소환장을 송달했어야 한다"며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 정식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다른 연락처로 전화해 소재를 파악하거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 조치도 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며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아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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