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아이스 팝니다', 구글에 이같이 입력하자 '상담문의 : 텔@****'로 시작하는 각종 아이디와 이미지가 주르륵 나왔다. '아이스'는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다. 대마초와 엑스터시를 뜻하는 '떨'이나 '캔디' 같은 은어들을 검색창이나 트위터, 텔레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력하면 누구나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정탁윤 사회부 차장 |
경찰은 최근 서울시내 한 중학생 A양(14)과 같은 반 남학생 2명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 A양은 텔레그램을 통해 10회분에 달하는 필로폰 0.5g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양의 어머니는 딸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자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얼마전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배포 사건에 이은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0대들은 단순히 마약 투약에 그치지 않고 범죄에도 동원되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는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한 10대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누군가 마약을 주문하면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아두고 오는 '드로퍼' 역할을 담당했다. 10대들에게 까지 번지고 있는 한국이 더이상 마약 청정국 지위를 누릴 수 없게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경찰청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마약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피자 한판' 값으로 마약이 저렴해진 것도 10대 마약사범을 늘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전통마약인 코카인, 헤로인, 필로폰 외에 펜타닐 등 대규모 생산유통체제로 원가 동반하락하면서 이제는 필로폰 1회 투약비용이 피자 한 판 값인 3만원정도에 불과해졌다"고 언급했다.
지금껏 정부의 마약범죄 대책은 처벌 보다는 치료와 재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마약중독은 '질병'인 만큼 엄벌로 극복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이미 10대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마약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초범일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는 현행 처벌 수준을 대폭 높여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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