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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갭투자에 '깡통전세' 공포 확산...내년 상반기 '정점'

기사등록 : 2023-04-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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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평택·팔달구 등 전세가율 위험수준
최근 시세 적용시 깡통전세 위험군 더 늘어
집값은 빠지고 전세는 만기...깡통전세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저가 빌라·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격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높은 '깡통전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최고가 대비 20~30% 하락한 데다 인천 미추홀구, 경기도 동탄 등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자 전세시장에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경기둔화, 고금리 기조 유지 등으로 주택시장에 불안감이 여전해 하반기로 갈수록 깡통전세 위험신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우려감도 나온다.

◆ 2년전 고점 전세계약, 대부분 깡통전세 위험노출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값이 가파르게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주택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사이렌' 정보를 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지역은 총 25곳, 아파트는 총 33곳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4.26 pangbin@newspim.com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 2월 전세가율이 96.9%에서 3월 89.9%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깡통전세 위험이 남아있다. 경기도 평택시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100.4%로 100%를 넘었다. 경기 수원 팔달구(95.1%)와 경기 파주시(94.5%)도 전세가율이 90%를 넘었다.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한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근저당권자와 세입자가 채권을 상당부분 회수할 수 있는 기준점인 셈이다.

깡통전세 확산은 일단 집값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집값 상승폭이 컸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 등이 맞물리며 하락폭이 거센 상황이다. 고금리에 전세수요가 감소한 데다 전세 기한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집값 변동을 실시간적으로 반영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깡통전세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다.

문 정부 당시 도입된 임대차법도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많다. 2021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크게 늘어 신규 계약하는 매물의 전셋값이 폭등했다.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며 전셋값 폭등의 후폭풍이 더 거세게 시장이 타격한 것이다. 집값 상승기에 편승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늘면서 전세사기 피해, 전세보증 사고도 늘어날 것으로 여지가 있다.

◆ 집값은 빠지고 전세는 만기 도래...내년 이후 정점

앞으로 깡통전세 리스크가 진정되기보단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12만1553건에 달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기인 2021년에 계약한 전세의 2년 만기가 올해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피해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연구원 또한 전세 보증금의 미반환 위험이 높은 시기를 2024년 상반기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시기에 매매가격이 20% 떨어지면 전세를 끼고 매입한 주택의 40%가 보증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이 회복한다면 깡통전세 확산이 잠잠해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작년 하반기에 비해 집값 하락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가 유지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경기둔화 우려와 고금리 기조 유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집값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집값이 단기간에 빠르게 하락하면서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거의 없는 주택이 대폭 늘었다"며 "주택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쉽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전세와 역전세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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