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다수의 야당 정치인이 얽혀 있는 만큼, 정치적 판단으로 인한 노림수가 나오기도 하는 등 정치권과 검찰의 보이지 않는 공방 또한 치열한 상황이다.
짜여진 일정에 맞춰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신병확보를 다시 시도하는 한편, 공여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수사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디지털 포렌식 참관을 위해 송영길 전 대표 캠프 관계자 허모 씨를 소환했다.
허씨는 전당대회 전인 2021년 4월말께 캠프 지역본부장과 상황실장 등에게 전달된 50만원 봉투를 만드는 등 자금 전달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4.24 mironj19@newspim.com |
◆ 檢 "송 전 대표 자진 출석 주장, 형사소송법 취지와 맞지 않아"
검찰은 우선 돈 봉투가 살포된 배경 등 공여자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주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 전 감사를 전날 다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 전 감사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도 그의 정치자금법 혐의는 드러났다고 판단했으나, 금품 수수 과정 등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이를 제외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강 전 감사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강 전 감사를 포함한 공여자 수사 이후 수수자로, 그리고 최종적으론 송 전 대표를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는 자진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아직 그에 대한 조사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가 자진 출석한다 해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에서 조사 일정은 수사기관이 필요한 시점에 출석을 요구하고, 개인 사정을 어느 정도 고려해 협의하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 송 전 대표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 서면으로 진술서를 낼 수는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이같은 '초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엔 '대선 자금 사건'과 관련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019년엔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습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송 전 대표 입장에선 본인이 억울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향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그에 대한 기각 사유를 마련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조사 시점을 특정하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그가 최종 윗선으로 의심되는 만큼 혐의를 구체화한 뒤 수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관석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023.04.13 leehs@newspim.com |
◆ 檢, 윤관석·이성만 영장 청구는 신중 검토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었던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를 위해 국내로 돌아와 탈당까지 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선은 현역의원인 윤 의원과 이 의원 두 명으로 향하고 있다.
윤 의원 등은 강 전 감사로부터 돈 봉투를 받아 직접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최근 송 전 대표와 윤 의원 등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윤 의원 등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 의원 등에게 정치적·도의적 책임, 즉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등 선제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 의원 등은 압수수색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표현하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이 이같은 사건에서 공여자의 혐의를 더 중하게 보는 것은 맞지만, 일각에선 윤 의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강 전 감사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윤 의원 등의 신병확보에 또다시 실패할 경우 수사 동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강 전 감사의 자백이 있다면 검찰이 윤 의원 등에 대한 영장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영장 기각으로 윤 의원 등 관련 자백을 받아내긴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강 전 감사의 영장 재청구 결과 등 수사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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