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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대책] 금융·세제·임대주택 대대적 지원에도 '보증금 보존' 불씨 여전

기사등록 : 2023-04-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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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기 피해에 국가 재원 통한 보전 어려워
피해 세입자들, 정책적 피해로 일반 사기와 달라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입장 고수
특별법 배제로 보증금 손실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을 발표한 가운데 구제책의 뜨거운 감자인 '보증금 보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의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여전히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정당한 가격에 사들여 피해액 일부를 먼저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에 대해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별법 시행으로 피해자들이 대대적인 지원을 받게 됐지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날리게 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전세사기 특별법에 보증금 보존 배제...피해 세입자 "선 보상이 핵심"

27일 정부가 우선매수청구권·임대주택·세제지원 등을 포함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피해자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보증금 회수'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 보증금 회수 여부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피해자대책위)와 68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전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이 추진하는 특별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격으로, 보증금 반환채권을 정부에서 매입하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4.27 yooksa@newspim.com

피해자의 요구에도 보증금 회수 방안이 제외되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피해자대책위 관계자는 "세제, 금융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피해 사례라는 점에서 보증금 회수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공공매입을 통해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공매입을 통한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로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정부기관이 채권을 매입해 피해 금액을 보상한 뒤 경매·공매·매각 등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사기 피해를 국가 재정으로 보상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여타 범죄 피해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견해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상당한데 전세 사기의 피해를 보전할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도 국가에서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기당한 피해 금액을 국가가 대납해 돌려주고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워주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해결해 주고 싶어도 선을 넘는 행위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보증금 회수 방안을 배제하고 주거안정 지원에 초점을 둔 특별법을 공개했다. 특별법 지원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으로 한정했다. 주요 지원 내용은 ▲임차 주택 우선우선매수권 ▲매입임대주택 임대 ▲취득세 일부 면제 ▲저리 대출 ▲재산세 감면 등이다.

◆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손실 불가피...우선매수권 활용도 미지수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등 보증금의 직접 지원 방안이 배제되면서 피해 세입자들 보증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유형과 부동산 권리 관계에 따라 피해 규모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기의 경우 처음부터 금융기관이 선순위 근저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찾기 어렵다. 시세의 40~50%에 경매 낙찰이 돼도 선순위 근저당권에 우선 배당이 이뤄지면 후순위 세입자에게 돌아갈 몫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탄 250채 오피스텔 사기는 개인이 매맷값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는 식으로 무자본 갭투기를 한 사례로 선순위 채권자가 없어 경매시 낙찰대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경기 하락으로 시세가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해 세입자 보증금보다 많이 낮은 금액에 낙찰될 공산이 크다.

피해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할지도 미지수다. 최고가 낙찰가 이상을 제시하면 누구보다 우선해 기존 주택의 매입할 수 있지만 최근 악화한 주택경기 흐름을 보면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 행사해도 임대 보증금을 상당부분 잃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며 "특히 젊은층과 자금여력이 부족한 피해자들은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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