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GPT 기술이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일부 업종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체그(Chegg)의 주가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장중 50%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발표한 회사의 1분기 실적이 월가 전망을 소폭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챗GPT의 위협을 이유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은 탓이다.
체그(CHGG) [사진=블룸버그] |
◆온라인 교육 플랫폼 체그, 챗GPT 이유로 부진한 실적 전망...주가 50%↓
댄 로젠스윅 체그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연초까지만 해도 챗GPT가 신규 계정 성장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3월부터 챗GPT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회사의 신규 계정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요 고객인 학생들이 시험 응시 및 에세이 작성 등에 챗 GPT를 활용하게 되면서 체그의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체그는 대부분의 수익을 구독료로 거두는데 주 고객층인 학생들의 구독이 줄면 수익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챗GPT의 영향은 기업들의 실적뿐 아니라 고용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오픈AI와 챗GPT 로고 [사진=뉴스핌DB] |
◆IBM , AI 대체 분야 일자리 축소...5년간 약 7800개
미국 IT기업인 IBM은 AI로 대체되는 업무 분야의 채용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일 계획을 1일 밝혔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5년 동안 사내 관리·경영지원 직원 2만6000명 중 30%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5년 안에 약 7800명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슈나는 AI가 은행 제출에 필요한 재직증명서 제공과 부서 간 이동 통보와 같은 사내 지원 업무를 완전히 자동화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크리슈나의 계획은 급속도로 진전하는 (AI) 기술 시대에 맞춰 주요 기업이 발표한 최대 고용 전략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작가들의 최대 이익 단체인 미국 작가 노조(WGA)는 2일 15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하며 AI에 대한 규제를 요구 사항에 넣었다. WGA는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엔딩 크레딧을 공유하거나 인세 중 일부를 가져가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또는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은 이미 세계 경제를 극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향후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며, 미국 일자리의 3분의 2가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일부는 증가, 일부는 대체)했다.
세상에 공개된 지 반년도 채 되기도 전에 챗GPT 기술은 구글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최대 기술 기업들 사이 경쟁을 촉발하며 세상을 바꿀 막대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 삼성전자, 기밀 유출 우려 사내 챗GPT 사용금지, 월가 대형은행들도 챗 GPT 사내 금지
하지만 동시에 AI 기술 악용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챗GPT의 사내 사용에 따른 기밀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직원들의 사내 챗GP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JP모간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대형 월가 은행들이 챗 GPT 사내 사용을 금지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2일 보도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황준선 기자] |
매체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회사 소유의 컴퓨터, 태블릿, 휴대폰은 물론 내부 네트워크에서 생성형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보안 지침을 내리고 위반 시 징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챗GPT로부터 답을 얻어내려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챗 GPT 사용 과정에서 기업 정보가 유출되는 사례 있었다. 대신 삼성전자는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 생성형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일시적인 개발 중단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 3월 2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애플 공동설립자 스티브 위즈니악,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등이 비영리단체인 미래생명연구소가 마련한 '거대한 AI 실험 일시 중지: 공개서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을 6개월 일시 중단하고 그 사이 안전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공지능 개발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위험한 군비 경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제프리 힌턴 박사 토론토대 교수도 최근 AI의 위험성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기 위해 구글을 박차고 나왔다.
힌튼 교수는 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다닌 구글을 퇴사한다며 최근 AI 기술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인터넷이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로 넘쳐나고 앞으로 인간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이 두렵다며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