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생명보험사 수신 잔액이 한 달 사이에 30조원 넘게 줄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아둔 준비금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생명보험회사 수신 잔액은 지난 1월 643조5157억원으로 지난해 12월(674조2011억원)과 비교해 30조6854억원 감소했다. 2004년 160억원대에서 시작해 매월 증가 추세였던 생명보험사 수신 잔액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신 잔액은 보험계약준비금이다. 보험계약준비금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등을 위해 적립하는 돈이다. 보험계약준비금은 책임준비금(지급준비금·장기저축성보험료적립금 등)과 비상위험준비금으로 구성된다. 보험 가입 고객 증가 등 보험회사가 성장할수록 보험사가 쌓아두는 보험계약준비금도 불어난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5.03 ace@newspim.com |
한은과 생명보험사는 수신 잔액인 보험계약준비금이 한 달 만에 수십조원 감소한 배경으로 IFRS17 시행을 꼽는다. 보험계약준비금은 부채로 잡히는데 IFRS17은 보험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준비금 항목인 책임준비금을 시장금리와 환율, 위험 요인 등을 전부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수신 잔액이 줄었다는 게 한은과 생명보험사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과 달리 보험사 수신 잔액에 보험계약준비금이 반영된다"며 "올해부터 IFRS 기준 변경으로 수신 잔액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책임준비금을 시가 평가로 하는 IFRS17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보험사 준비금이 줄자 금융당국은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개선 공동작업반'을 꾸려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감원은 "IFRS17 도입으로 보험회사 책임준비금 산출 방식이 복잡해지는 만큼 책임준비금 산출 결과 적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보험업계 및 관계 부처 등과 논의해 상반기 중 최종 개선 방안을 확정할 에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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