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미성년자 시절부터 교제해 온 연인으로부터 9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30대가 조건만남의 '대가'라며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불복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증여'라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04년 경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전업 주식투자자 B씨를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B씨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A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식거래를 해주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A씨가 성인이 된 후인 2011년 경 4300만원 규모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2017년 부동산 3건을 취득하자 2019년 A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씨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B씨로부터 73회에 걸쳐 합계 9억3700여만원을 입금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세무당국은 이 가운데 1회당 입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9억2300여만원이 B씨로부터 증여받은 금전인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총 5억30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조세심판원의 기각 결정을 받자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조건만남의 대가로 받은 돈이고 특히 2008년에 받은 5억원은 B씨가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어서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민·형사 사건에서 수년간 다툼을 벌였다. B씨는 A씨가 아버지 사업 부진을 이유로 빌려간 7억원을 갚지 않았다며 2017년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대여금으로 볼 수 없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또 A씨가 자신을 기망해 7억원을 가로챘다며 2018년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 기록을 살펴본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돈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전은 원고(A씨)가 성인이 된 후 B씨로부터 받은 금전"이라며 "원고 스스로도 관련 민사소송과 형사사건에서 B씨와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과거 민사소송에서 'B씨가 주식투자 대금 명목에서 2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금전의 성격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5억원에 대해서도 "합의금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자료 명목에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며 "이 사건 금전이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원고가 B씨와 교제를 하면서 금전을 증여받은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