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40여년 전 기아 호적(고아 호적)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파양 후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알선기관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16일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 씨가 국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홀트가 신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홀트가 부담하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단, 국가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신씨의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김수정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홀트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이 홀트의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용인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는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국가가 먼저 사과하고 배상을 비롯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소송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국가와 입양기관의 불법 해외입양을 통한 아동 인권침해와 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받고 있는 고통을 확인받고 책임지게 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라며 "입양기관의 전적인 책임으로만 확인한 것은 매우 유감이고 원고와 의논해 항소해서 다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해외 입양인이 불법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을 주장한 최초의 사례로 알려졌다.
앞서 신씨는 세 살이던 지난 1979년 홀트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파양됐다. 그는 다른 양부모에게 입양됐지만 학대를 받았 열여섯의 나이에 다시 파양됐다.
이후 성인이 된 신씨는 시민권을 얻지 못해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고 2019년 1월 자신이 겪어온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2억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가가 2억원이 넘으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 배당되기 때문이다.
신씨는 입양 당시 홀트 측이 친부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허위로 기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양부모들은 고아를 선호했고 보다 쉽게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보내기 위해 이러한 관행이 만연했다. 이 과정에서 본래 이름인 '신성혁'이 아닌 '신송혁'으로 기재되기도 했다.
또 신씨는 홀트의 위법행위에 대해 당시 정부가 어떠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며 국가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홀트가 양부모를 대신해 입양 절차를 전적으로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리입양 제도'를 허용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하고자 하는 미국인 부부는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 아동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국내의 모든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홀트 측은 재판에서 당시 법과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됐고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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