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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수출 '마이너스'…반도체 수출 감소는 정상화 과정"

기사등록 : 2023-05-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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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 무역현안 간담회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IMF 이후 최저
규제 폭증·노동유연성 악화가 문제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반도체 수출 축소는 인공지능 사업 확대, 팬데믹 상황에 따른 디지털 산업 강화 등의 특수가 끝나면서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오른쪽)과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빈 기자]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무역현안 관련 제4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주요 기관들이 올해 4분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 지난해 2분기 수준의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하락은 정상화 과정이라는 새로운 주장도 펼쳤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가 넘었던 2018년이 오히려 특수한 상황이며 지금은 데이터 중심 사회 진입과 팬데믹 특수가 종료되면서 수출 규모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 수출 부진은 주요 품목인 중간재 중에서도 반도체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는 올 1월~4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하면서 우리 무역 총 수출액 점유율이 13.4%로 떨어졌다. 2016년 이후 반도체 점유율이 15%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협에 따르면 5월 20일 기준 수출은 233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62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올해 무역 수지는 295억 달러 적자다. 4월까지는 무역적자 규모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이달에는 다시 확대됐다.

특히 중간재 주요 수출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며 덩달아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줬다. 중국의 경우 중간재 자립도를 강화한 점이 수입 수요의 변수가 됐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 컴퓨터, 노트북 등 비대면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덩달아 국내 주요 수출 기반인 반도체 수출 약세가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국내 총 수출 내 반도체 비중. [자료=한국무역협회]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수출 현황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국내 수출산업기반 약화의 주원인으로 규제 폭증으로 인한 '투자 감소'를 꼽았다. 무협에 따르면 반도체 외의 국내 제조업 설비 투자는 2017년 이후 5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반도체 외 제조업 설비투자는 2017년 68조3000억원에서 2020년 46조3000억원까지 급감했다.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했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며 현지 생산이 늘어났고, 그만큼 수출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과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해외로 투자를 돌리면서 수출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2.74%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경쟁력 약화의 또다른 요인으로 '실 근로시간'과 '노동유연성' 부족을 짚었다. 현재 우리나라 주당 실근로시간은 2017년 42.5시간에서 2022년 37.9시간으로 5년만에 4.6시간 감소했다.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임금 수준은 경쟁국 대비 급상승했다. 2021년 한국의 미화 기준 실질최저시급은 8.76달러로 2017년 6.82달러 대비 28.4% 증가하며 가파른 인상률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상승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지속성을 위해서는 그에 부응하는 노동생산성 증가가 있어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경우 생산하고 없으면 쉰다는 노동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무협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2.9달러다. OECD 국가 평균 53.6달러보다도 10달러 낮은 수준이며 OECD 국가 중 29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22위,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15위, 12위를 기록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41개국 중 국가경쟁력은 13위를 기록했으나 노동유연성은 97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 부회장은 "국내는 법정근로시간에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라는 이중 제한을 두고 있으며, 주52시간 근로제 확산 등이 유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 부진 타개의 단기 과제로 '노동유연성 제고'와 '임금안정'을 제안했다. 그는 "주당 실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근로시간 제한을 현행 주단위에서 월 혹은 연단위로 변경해주는 등 기업사정에 따라 자율적 선택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시장과의 통상 협력 강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무협 측은 현재 미중간의 산업 패권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기업들이 취해야 할 태도로 '실리 기반의 경제 교류'를 주장했다. 이어 연구개발(R&D)과 규제완화도 다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이슈가 정치적 판단보다는 경제적·상업적 판단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경제적 변수에 따라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ea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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