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구글의 연례 개발자회의인 '구글I/O'가 열렸던 2023년5월11일에 전 세계 투자자들은 모두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다. 지난 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됐던 발표에서 구글의 챗봇인 '바드'는 실수를 연발했다. 만약 이번 발표에서도 또 실수한다면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력에 대한 실망감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발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구글의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구글은 검색엔진, 이메일, 문서 등 25개 제품에 대거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물량공세를 펼쳤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기선을 제압당하며 체면을 구겼던 구글의 대반격이었다. 이를 통해 구글은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며 자신들이 인공지능의 원조 맛집임을 입증했다. 이에 주식시장도 화답했다.
구글(알파벳)의 주가는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2023년 1월초에 8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주식들의 동반 반등에 힘입어 2월초에는 107달러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 기술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던 지난 2월에 구글의 챗봇인 '바드'는 실수를 연발했다. 이에 충격 받은 투자자들이 구글 주식을 투매하면서 구글(알파벳) 주가는 한 때 90달러까지 폭락했다.
다행히 절치부심한 구글이 3개월 뒤인 5월의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보다 성능이 뛰어난 '바드'의 모습을 과시하자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연례 개발자 회의 이후 구글(알파벳) 주식은 3일간 10% 이상 급 반등하는 안도 랠리를 보여주며 120달러를 회복했다.
◆ 구글, MS 대신 네이버에 화풀이? 네이버가 위험하다
그런데 5월 연례회의 때 구글의 발표 중 한국 입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AI챗봇 '바드'는 이날부터 180여개국에 모두 영어로 전면 공개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한국과 일본에서만 각각 한국어와 일본어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순다르 피차이' CEO는 "한국과 일본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이 없는 역동적인 국가이며 서구권에 비해 모바일 속도가 굉장히 앞서 있다"고 설명하며, "바드의 언어를 지원하는데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또 1999년에 서울을 방문했던 경험을 설명하면서 "서울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기사가 휴대폰을 동시에 3대나 썼던 장면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본심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절대 우연은 없다. 모든 움직임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구글이 노리는 건 한국의 검색시장, 더 정확히는 네이버일 가능성이 크다.
5년 전인 2017년까지만 해도 한국 검색시장은 네이버의 독무대였다. 전 세계에서 구글이 진입하지 못한 3개 국가는 중국, 러시아, 한국이다. 한국이 이들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네이버 덕분이었다. 하지만 78.9%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5년뒤인 2022년에 -16.1% 감소했다. 점유율이 60%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검색 점유율 2위였던 다음의 점유율도 지난 5년간 -4.6% 감소해 현재는 5.1%에 불과하다. 구글은 이미 2017년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고한 검색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 만큼은 네이버의 기세에 눌려 9%에 불과한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꾸준히 점유율을 끌어올려 현재는 2017년보다 3배가 증가한 31.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2.4%라는 괴물 같은 점유율 증가세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추세적으로 구글의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뭘까? 바로 검색 품질저하다. 네이버 검색은 점점 검색 본연의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게 사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블로그의 품질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요즘 네이버 블로그에는 광고 협찬 글이 많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검색 신뢰도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반면 구글검색은 이 틈새를 파고들며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상승시키고 있다.
이런 중요하고 미묘한 시기에 구글은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모두 녹여낸 AI 챗봇 바드의 한국어 서비스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영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다. 한국어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이는 힌두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다 뛰어 넘고 한국어 서비스를 먼저 선 보이다니 파격적인 조치다.
실제 전 세계에서 한국어 사용자수는 북한까지 합쳐도 8,170만명으로 23위에 불과하다. 구글이 쌩뚱 맞게도 전 세계 사용자수 6억명이 넘는 힌두어나 5억명이 넘는 스페인어보다 한국어를 먼저 서비스하다니 뭔가 부자연스럽다. 구글의 이런 과감한 전략은 검색의 큰 틀이 바뀌는 과도기에 한국 시장을 전면적으로 공략해 검색시장 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 MS, 구글, 네이버의 자금력 차이는 넘사벽?
물론 네이버도 오래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한국시장 공략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하지만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과는 체급차이가 너무도 크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는 자금력과 데이터다.
안타깝게도 2022년말 기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고작 29조원에 불과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네이버의 70배가 넘는 2,145조원(1조7,7877억달러)다. 구글(알파벳)도 네이버의 50배에 가까운 1,378조원(1조1,484억달러)이다.
영업이익 격차도 현격하다. 네이버의 2022년 영업이익은 1조3천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이익은 70배가 넘는 100조원이다. 구글(알파벳)의 영업이익도 90조원이다. 자금력 부분에서 네이버는 MS와 구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런 압도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한국어 데이터다. 그간 한국 검색시장 진입에 구글이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강력한 요인은 바로 언어 장벽이었다. 지금처럼 기존의 검색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신기술이 등장하는 시점에서도 네이버가 태연했던 이유는? 한국의 검색시장을 독점하며 그동안 충실하게 쌓아 왔던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 자산 덕분이었다.
이 데이터를 무기로 네이버도 호기롭게 초거대 AI 언어모델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픈AI의 GPT 4.0이나 구글의 람다(LaMDA)와 팜2(PaLM2)에 맞설 무기는 바로 '하이퍼클로바X'다. 네이버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올 여름 공개를 목표로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이런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에 대해 시장은 우려 반 기대반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챗 GPT 모델을 개발한 오픈AI는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다. 다행히 오픈AI 뒤에는 자금력이 넘쳐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당연히 네이버도 상당한 수준의 '하이퍼클로바X' 개발비용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이버는 든든한 물주 없이 자체 자금만으로 개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 AI 번역이 세계 공용어 시대 앞당겨… 한국시장 뚫리나?
압도적인 자금력 차이 외에도 또 우려 되는 건 오픈AI의 '챗 GPT'나 구글 '바드'의 한국어 실력이 결코 낮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능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건 한국어 데이터뿐만이 아니다. 사실 데이터는 크롤링(crawling, 인터넷상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작업)을 통해 긁어와도 된다. 인터넷에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다양한 한국어 데이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언어모델은 데이터뿐 아니라 알고리즘, 최적화 기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어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의 기술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가 믿고 있는 한국어 언어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네이버의 한국시장 검색 점유율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 수도 있다.
실제로 오픈 AI의 챗 GPT-4는 한국어 정확도가 80%에 육박할 정도로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네이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네이버의 사업모델은 검색 플랫폼 외에도 다양한다. 쇼핑(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분야에서 각각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쇼핑기능을 대거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색 플랫폼만큼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는 사업부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버의 국내 사업환경은 녹록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뉴스 배치의 편향성과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 언론사에서는 헐값에 뉴스를 활용한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네이버의 뉴스트래픽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글로 된 '포털 뉴스' 대신 구글의 유튜브를 활용한 '동영상 뉴스' 소비가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서치GPT'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네이버는 '서치 GPT'를 2023년 7월에 선보일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과연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 구글의 일본 시장 공략, 진짜 목표는 네이버?
구글은 이미 일본의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73%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2위인 야후재팬의 점유율도 23%로 선전하고 있다. 또 야후의 검색점유율은 낮지만 포탈사이트의 특성 상 뉴스와 생활정보를 보기 위해 접속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실제 영향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이 자신들의 야심작인 '바드'를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우선 공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걸리적거리는 야후재팬을 완전히 눌러 버리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일본시장은 외견상 구글과 야후의 싸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싸움에도 네이버가 등장한다. 네이버는 야후재팬의 모회사인 일본의 Z홀딩스 지분을 약 50%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네이버는 한국에서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시장을 석권할 때 속도전에서 밀렸다. 이후 대안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네이버 라인(LINE)의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무려 85%다. 한국 인구수보다 많은 9,500만명의 활성 사용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상장된 Z홀딩스의 주가를 살펴보면 2021년초에는 614엔을 기록했다. 이후 Z홀딩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11월에는 818엔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현재는 353엔까지 폭락해 최고점 대비 -57%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네이버는 몇 년 전부터 일본 내의 광고, 커머스, 핀테크 사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일본 1위 포탈 사업자 야후재팬과 광고, 커머스, 핀테크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양 회사간에는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결국 네이버의 관계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Z홀딩스가 2021년 3월에 5대5의 지분으로 경영통합을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또 'Z홀딩스'라는 어려운 이름은 2023년 10월부터 직관적으로 더 기억하기 쉽게 LINE과 YAHOO의 상표를 활용한 '라인야후(LY Corporation)'로 변경된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구글의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 '바드'가 한국어 시장과 일본어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모양새는 예사롭지 않다. 한국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챗 GPT를 앞세워 '빙' 검색엔진으로 치고 나오자 '구글 검색'의 앞날을 걱정했다. 한 마디로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네이버 검색'으로 보인다. 앞으로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검색 점유율을 10%만 더 끌어올리면 40%를 돌파하게 된다. 이 때부터는 네이버의 독주가 아닌 양강 체제로 경쟁구도가 바뀐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인 MS의 '빙'과 구글의 '바드'가 등장하면서 2023년4월의 네이버 검색점유율은 60%마저 붕괴돼 50%대를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구글의 검색점유율은 진작에 30%를 뛰어 넘은 후 40%를 향해 계속 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서비스에 활용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뛰어난 구글은 이번 기회에 한국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심산이다. 구글의 한국시장 공략이 실제로 성공한다면 현재 한국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네이버의 타격이 제일 클 수밖에 없다. 또 일본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구글 '바드'의 기세로 볼 때 일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네이버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 번역의 미래? 완벽해질수록 네이버엔 악재
번역과 통역 산업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세계의 인구수는 총 78억명이다. 이들 중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는 채 5억명도 되지 않는다. 추가로 영어를 공용어나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까지 다 합쳐도 15억명을 넘지 않는다. 전 세계 인구수의 19%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세계인들도 모두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기를 원한다.
한국인은 영어공부에 진심이다. 한국 토익(TOEIC) 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평균 토익 점수는 675점(990점 만점)으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매년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 든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영어 울렁증이 심하다. 일본은 더 심각하다. 일본의 평균 토익 점수는 561점으로 한국보다 114점이나 뒤져 있다. 그런데 전 세계인이 모두 영어를 공부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또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변역과 통역 서비스는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실시간 번역의 필요성이 급증했다. 번역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세계인을 서로 연결해 주는 기본 도구다. 또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번역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거대한 수요를 눈치챈 구글은 오래전부터 번역기술 개발에 올인해 왔다. 일반적인 번역을 넘어서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글자를 비추기만 해도 글자를 인식해 번역해 주는 기술까지 개발한 지 오래다.
번역은 당장 돈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게 목적인 구글이 세계인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구글은 현재 133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실제 사용자수가 많은 언어들 위주로 번역서비스를 집중하는 데 비해 구글은 전 세계 대부분의 언어를 모두 번역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구글번역의 월간 사용자수는 얼마나 될까? '스태티스타'의 자료에 따르면 10억명 이상이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92%다. 구글의 번역 기술은 여행, 사업, 학업, 온라인 상의 대화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런 구글번역의 핵심 기술력은 당연히 인공지능이다. 아직도 구글의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경이적인 속도로 완벽해지고 있다. 역시 인공지능 덕분이다.
한국어 번역시장은 원래 구글번역과 네이버 파파고의 양강 구도였다.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새로운 기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독일기업인 '딥엘(DeepL)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술력을 끌어올린 딥엘 번역을 사용해 본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구글번역이나 네이버 파파고보다 자연스럽고 완벽한 번역기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딥엘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는 2023년 5월에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8월부터 기업고객을 위한 유료 번역서비스인 '딥엘 프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10년내에 딥엘의 5대 시장 중 한 곳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구글과 딥엘의 연속적인 한국어 번역시장 공략이 시시하는 바는 크다.
한국시장이 그만큼 돈이 되는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만약 언젠가 구글 번역이 완벽해진다면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장점으로 한국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네이버에게는 득이 될까? 아니면 실이 될까?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이번 구글 '바드'의 한국 시장 대공세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네이버의 주가는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아 2021년 7월에는 465,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결국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아 2023년 5월에는 205,000원까지 낮아진 상태다. 최고점 대비 하락율이 무려 -56%다. 그런데 엄청난 낙폭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등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 고유의 언어인 한국어는 한국 시장을 방어하는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번역기술의 발달로 그 견고한 성이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 네이버에게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는 늘 자랑이었다. 투자자들은 모두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서치GPT'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2023년 7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정된 이 '서치GPT'가 막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일 지에 따라 네이버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
이제 곧 기존의 '검색창'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창'으로 바뀌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쏘아 올린 챗 GPT 혁명. 네이버는 이 거대한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볼 때 구글보다 네이버가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 주권'이 걸려있는 구글과 네이버의 싸움. 네이버의 선전을 기원한다.
②편에서 계속… ② 구글, 유튜브의 폭발적 성장… 틱톡으로 망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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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촬영 : 이성우 / 편집 :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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