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8명 중 7명이 법관 출신으로 채워졌다. 법관 다양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대법관 추천 구조를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오는 7월 18일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8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윤준(오른쪽부터 사진 배열 순서대로)·서경환·엄상필·손봉기·권영준·박순영·신숙희·정계선 후보 [사진=대법원] |
후보자들은 ▲윤준(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장 ▲서경환(21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손봉기(22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엄상필(23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권영준(25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순영(25기) 서울고등법원 판사 ▲신숙희(25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판사) ▲정계선(27기)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이다.
이들 중 비법관은 권 교수가 유일하지만 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만큼, 사실상 후보 모두 법관 출신이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출신의 법관 구성 한계를 깨야한다는 지적에 따라 여성 후보 3명이 포함됐지만 보다 폭넓게 다양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법조계는 검찰 출신 후보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1년 5월 박상욱 전 대법관 퇴임 이후 대법원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도 검찰 출신 법관이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관 후보를 8명으로 압축하기 전 공개된 천거 대상에도 검찰 출신 이름은 없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이 법관 출신으로만 구성되면 시각의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검찰 출신 다수를 법관으로 앉힐 필요는 없지만, 한 명이라도 있다면 수사 경험을 토대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검찰이나 변호사 출신, 또는 학계에서 열심히 일한 분이 대법관으로 발탁될 필요가 있다"며 "경직된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 출신에 큰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에서 검찰이 차지하는 부분이 클지는 몰라도 사회 전체 비율로 따지면 극소수"라며 "굳이 검찰 출신에 특별한 비중을 두기보다는 국제통상, 환경, 노동, 시민운동 분야를 전담한 변호사 등 사회 내 다양한 영역을 다룬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경력이 있고 사회적 대표성을 함양하는지가 법관 선정에 있어서 더 중요한 기준"이라며 "검찰 출신이라는 쿼터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출신 대법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은 소송 당사자라 재판 과정에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다"면서도 "다만 검찰 출신 중에 훌륭한 인격과 공정한 판단 능력을 갖춘 인재가 있다면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제안했다.
법관 구성 다양화를 위해 기존의 추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후보추천위는 성별 다양성 등을 고려했다고 하나 조금 더 폭넓게 바라봤어야 한다"며 "후보추천위원들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도 한계"라고 꼬집었다.
이어 "후보를 추천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계속 같은 후보를 추천하다 보니 똑같은 기준의 사람들이 재차 뽑힌다"며 "그동안 적용하던 일원화된 기준만 반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과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임 대법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최종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하면 임기를 시작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지명한 오석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임명동의안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오 대법관의 과거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임 정당 판결'과 윤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문제삼았다. 결국 임명동의안은 119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대법관 공백으로 인한 재판지연 우려마저 나왔다. 이번 대법관 인선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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