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이동통신 3사가 내건 '탈통신' 사업 확장이 자체 보유한 인터넷TV(IPTV)와 함께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KT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는 솔로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SK텔레콤은 오리지널 예능, LG유플러스는 키즈·스포츠 특화 콘텐츠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준비된 KT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라인업. [사진=KT] |
KT 미디어 콘텐츠의 핵심은 '오리지널리티'다. 자체적으로 확립한 미디어 밸류체인에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해 직접 유통까지 한다. KT의 콘텐츠 자회사 스튜디오지니의 '우영우 신화', '나는 솔로(SOLO)' 열풍이 우연이 아닌 이유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KT스튜디오지니가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됐다.
KT는 2020년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선언 이후 이후 미디어 밸류 체인 확립을 위해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밀리의 서재, 스토리위즈 등의 플랫폼에서 원천 지식재산(IP)를 발굴하고 스튜디오지니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면 KT알파에서 유통하고 ENA채널, IPTV에서 직접 방영하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 것이다. 이후 올레TV의 이름을 '지니TV'로 교체하며 미디어 콘텐츠 브랜드 정체성을 '지니'로 통일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2025년까지 그룹 전체 미디어 매출 5조원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밝힌 KT는 지난해 미디어 분야 전년 대비 9% 상승한 매출 4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다만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시장과 커머스 시장 축소로 콘텐츠 자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예능 부문에서는 '나는 솔로(SOLO)'의 성장이 거세다. ENA 채널과 SBS가 공동 제작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는 매 기수의 스토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6월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순위에 따르면 나는 솔로는 쟁쟁한 지상파 예능과 함께 10위권으로 진입했다. '혜미리예채파', '지구마불 세계여행' 등 신규 예능도 흥행했다.
SK텔레콤은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제작과, 웹툰 IP 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에스는 에스엠컬처앤콘텐츠(SM C&C),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콘텐츠를 독점 제공받으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과 함께', '진격의 할매들', '천하제일장사' 등 자체 예능을 꾸린 후 OTT 웨이브, 티빙 등의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Btv 등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3932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에스 관계자는 "자체 콘텐츠는 300여개 채널 중에서 공중파, 종편 제외하고 1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개국 2년만에 이 정도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보유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OTT 관계사인 웨이브는 지난해 웹툰 원작인 '약한 영웅'을 선보였고, SBS와 동시 편성한 '모범택시' 역시 성장세에 기여했다. 웨이브는 신규 콘텐츠 강화를 내세우며 지난 4월 12편의 독점 콘텐츠를 공개했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만큼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눈에 띄는 실적 반등은 아직인 상황이다.
LG유플러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 '아워게임 : LG트윈스'. [사진=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는 키즈·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프리미엄 콘텐츠로 가닥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키즈 전용 OTT 서비스 '아이들나라'에 보이는 백과사전, 그림책 콘텐츠 등을 도입하며 아동 미디어 사업을 강화했다. 아이들나라는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발표한 U+3.0 '4대 플랫폼' 전략 중 하나다. LG유플러스는 관련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째깍악어, 호두랩스,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등 키즈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스포츠 인기 유튜브, 방송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 '스포키'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로 유입률을 증가시켰다. 구단별 응원 페이지 등 개인화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인 것이 전략이다.
LG유플러스의 자체 미디어 콘텐츠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STUDIO X+U)를 두고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콘텐츠 제작센터가 신설됐다. 지난 3월 공개한 다큐멘터리 '아워게임: LG트윈스'는 티빙 오리지널로 판매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시점에서 콘텐츠 강화를 위한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LG유플러스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넷플릭스와 정면충돌한 IPTV..."협력이 관건"
하지만 통신사들의 비통신 부문 성장을 견인하던 미디어 사업이 정체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와 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층의 변화 때문이다.
그간은 통신사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IPTV 덕분에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측됐던 OTT 공룡 넷플릭스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저렴한 가격에 자체 콘텐츠 역량도 우수한 넷플릭스를 제치고 IPTV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실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 현황에 따르면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명. 직전 반기 대비 24만명 증가했다. 직전 반기 대비 약 1.8% 증가하며 성장 둔화가 가시화됐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통3사의 IPTV 브랜드는 경쟁뿐 아니라 협력을 선택하기도 했다. 콘텐츠 공동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3000억 규모의 공동 투자를 진행했다. 협력의 첫걸음으로 영화 '외계+인'이 영화관 상영을 마친 후 3사 IPTV에서 동시 송출됐다.
업계에서는 IPTV 이용률이 가장 낮은 1인 가구의 증가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지난 5월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IPTV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인구감소와 낮은 결혼율"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각 이통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 투자 규모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완전 경쟁 구조보다는 협력과 공동 브랜드 구축과 같은 선택지로 생태계 보호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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