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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속도…"한국인도 불안한데" vs "맞벌이 숨통 트여"

기사등록 : 2023-06-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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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추진 두고 '설왕설래'
전문가 "외국 가사근로자 관리 체계 갖춰야"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정부가 동남아 출신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가사근로자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불안한데 외국인 근로자 손에 맡길 수 있겠냐고 우려하는 반면, 맞벌이 부부에게는 현실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앞서 이들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외국인 가사노동자로 '저출산·경단녀' 해결하자는 정부

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서울시와 이르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전 대국민 여론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 노동시장에 걸맞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실태조사와 해외사례, 전문가 의견 등도 청취 중이다.

현재 가사근로자는 법적으로 내국인과 중국 동포만 고용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범위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동남아 출신 외국인까지 넓혀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의 경력단절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큰그림이다.

[자료=통계청] 2023.06.07 swimming@newspim.com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35만7771명을 기록한 출생아 수는 5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24만9031명까지 약 30.4%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혼 여성(15~54세) 810만3000명 중 17.2%(139만7000명)가 경력단절 여성이었으며, 이들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가 42.8%로 1위를 차지했다.

한창 경제 활동을 해야 할 30대의 경력단절 비중이 가장 높은 배경엔 육아(47.4%)가 존재한다는 점도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의 타당성에 힘을 싣고 있다.

내국인 가사근로자 수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고령화라는 점도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4만2000명이었던 내국인 가사근로자 수는 지난해 11만4000명까지 약 20% 감소했고 내국인 가사근로자의 92.2%는 50대 이상이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가사근로자와 관련해 여러 사회적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국인력 도입을 두고 약간의 규제 완화를 할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 "의사소통도 안되는데 무슨" vs "저임금이라면…"

부모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먼저 긍정적인 반응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국가 정서도 다른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기 불안하다'는 등 의견이 나온 반면, '맞벌이 부부에게 현실적인 육아 대안'이라는 주장이 상충한다. '최저임금을 주더라도 월 200만원에 달하는데 실효성이 있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황혜미(31세)씨는 "한국 가사근로자에게 내 아이를 맡기는 것도 불안한 마당에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맡긴다는 건 현실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내 아이는 커녕 반려동물을 맡기는 것도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사진=뉴스핌 DB]

결혼을 앞둔 이지현(32세)씨는 "최저임금을 주더라도 월 200만원이다. 차라리 월급을 더 주고 가사근로자를 고용할 것 같다"며 "월 300만원 받아도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오달성(36세)씨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인력이 부족해서 가사근로자를 고용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비용만 맞춰준다면 육아를 위해 고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외국 가사근로자 관리체계 구축부터"

문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 여부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내국인 대비 낮은 임금이 고용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최소로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기준(최저임금)만 해도 월 200만원을 넘는 실정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에 8시간,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월 201만580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고용 효과를 보기 위해선 월 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월 250만~300만원 정도인 내국인 가사근로자과 비교해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호찌민=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베트남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한 필리핀 여성.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2023.06.07 simin1986@newspim.com

이와 관련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국회 통과시 차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다른 일자리로 이탈하는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근무지를 무단 일탈하며 불법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마당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격이다. 이들 외국인 불법근로자들은 먼저 한국에 체류한 지인의 일터로 가는 등 정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하기에 앞서 관리 체계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무지가 가정인 만큼 관리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 불법근로자 전환 등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관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가사노동은 제조업과 달리 관리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가사노동을 시작으로 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력(E-9)을 확대할 경우 정부 통제가 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확대하는 게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가사근로자 도입에 앞서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wimmi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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