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지난달 은행채가 7개월 만에 상환보다 신규 발행규모가 더 많은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은행채 신규 발행 물량이 늘어나고 하반기 120조원에 달하는 차환 발행도 대기하고 있어 또다시 채권시장에 은행채 폭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은행채는 24조76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배에 가까운 10조원 늘었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만에 9595억원의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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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월별 순발행액을 보면 1월 -4조7100억원,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0억원, 4월 -4조7400억원으로, 상환 규모가 발행 규모보다 많았다. 은행채 물량이 감소하며, 시중 자금에 여유가 생기고 회사채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한달 간 은행채 물량이 전달 보다 2배에 가까이 늘어난 데는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한도 확대와 은행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은행채 발행 축소를 지시한 바 있다. 신용등급 AAA급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시장 자금을 흡수해 회사채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 도래 물량의 100%에서 125%로 확대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한시적으로 낮췄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이 92.5%에서 당장 내달 95%로 높아진다. LCR은 향후 한 달간 빠져나가는 자금 대비 예금·국공채 등 자산 비중을 나타낸 유동성 지표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산을 늘려야 한다. 당국은 LCR 비율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00% 수준까지 점차 올릴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월말 LCR 규제 유예 조치 종료를 염두에 둔 은행들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인 125%를 모두 채워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5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7조원 가량이 이탈되는 등 자금 유출도 은행채 발행에 한 몫하고 있다. 저원가성예금의 금리는 0%대로 은행 수익원의 매우 중요한 재원이다. 이 돈을 예적금 금리를 올려 조달하기 보다는 은행채 조달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훨씬 저렴하다.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한 만큼 더 비용이 비싼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된다.
은행채는 6월 이후 125조원 규모의 차환 물량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은행채 발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은행채 물량 폭탄으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올라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은행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회사채도 덩달아 금리를 올려야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4.103%로 지난달 8일(3.880%) 보다 0.225%포인트 올랐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급증으로 하위등급 크레디트 수요를 잠식한 바 있다"며 "올해도 은행채 발행에 따른 구축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