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정부가 꼽은 제4이동통신 사업자 후보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비용 부담, 규제 등이 표면적인 이유로 제시됐다. 이통3사는 사실상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며 손을 뗀 상태다. 이후 정부가 직접 나선 28㎓ 주파수 사업자 공모는 결국 기업의 눈치보기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5G 서비스 [자료=뉴스핌 자료실] |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4이통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예정된 제4이통 사업자 모집공고를 앞두고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 쿠팡 등에 사업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됐던 한화시스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은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업계 분위기는 '추진이 어렵다'는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앞서 금융권이 다른 통신사를 제치고 제4이통의 강력한 사업자 후보로 떠오른 이유는 이미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자본력과 통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말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했으며 지난 5월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알뜰폰 사업을 정식 승인받기도 했다. 토스는 올해 초 '토스모바일'을 출시하고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토스 모바일에 집중할 계획이며 제4이통 사업은 계획 없음"이라고 밝혔다.
◆업계도 난색…시장 진입 이후가 문제
제4이통은 20여 년간 지속되어온 이통3사 중심의 통신 구조 깨기의 일환이다.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등이 기대효과로 제시된다.
하지만 기존 이통3사라는 진입장벽과 막대한 자본 투자에 대한 리스크에 어떤 사업자도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앞서 7차례 사업자 선정이 무산된 이유도 재무적인 여건이 되는 사업자가 없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도 통신은 이미 포화 상태임을 인지하고 인공지능(AI), 미디어로 비즈니스를 확장 중이다. 심지어 '이통 3사마저' 5G 28㎓에도 철수했다는 전례가 남았기에 선뜻 나설 사업자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업은 장기간 수 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자본력 싸움이며, 특히 5G 28㎓ 대역은 더 촘촘한 기지국, 망 구축이 필요한 만큼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 시장에 진입은 성공하더라도 이통 3사와 유사한 입지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업자는 적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4이통 진입이 어려운 것은 시장요인이 더 크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이나 경쟁의 크기도 정체 상태"라며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와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완전 경쟁 시장이라기보다는 부분 경쟁 시장에 가깝다. 정책의 방향은 시장의 크기를 키워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와가 함께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 활성화와 맞닿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라쿠텐모바일이다. 라쿠텐모바일은 2019년에 등장한 일본의 신규 이통사로 LTE 인프라를 5G로 전환하는 클라우드 장비를 이용해 시장에 진입했다.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을 이용해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이겠다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자사망 구축 지역이 도쿄, 나고야로 한정되면서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로밍을 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라쿠텐모바일은 이 부분을 알뜰폰(MVNO)으로 충당하려 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며 2022년 가입자와 매출 점유율 2.3%, 1% 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알뜰폰 사업자 활용과 정부 지원 측면에서 과기부의 접근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측은 이에 사업 참여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늘리고 규제는 완화하며 사업자들의 참여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는 5G 28㎓ 주파수 대역을 3년간 독점해 쓸 수 있다. 전국 서비스는 기존 이통사가 투자한 망으로 운영하면 된다. 세액공제, 할당대가 인하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정부가 나서서 비용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업 공모 마감이 이번 달 말인데 사업 의사결정이 발표된 게 없다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다만 정부 측에서 이통 시장 혁신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력하기에 결국은 누구도 선뜻 손 들지 못하고 고개를 젓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달 말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향후 계획에 대해서 "초기 투자 비용, 주파수 할당 등 정부 차원에서도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아, 기간을 한정해두고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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