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을 최종 거부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미화 7억6000만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이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 배상해야 했다.
브로드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계약 강제 혐의와 관련한 공정위 심사가 이뤄지던 중 지난해 7월 브로드컴은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두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같은 해 8월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앞서 경쟁질서 회복 방안으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와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한 상생방안으로 반도체·IT(정보기술) 분야 상생기금(200억원) 마련과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브로드컴의 이 같은 동의의결안이 거래질서 회복과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품질보증·기술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에 수긍하지 않았다. 브로드컴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확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로드컴은 당초 구매 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삼성전자에 3년 동안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지원을 무상으로 하는 게 아니고 필요한 경우 유상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기술지원 여부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브로드컴은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적이 없어 삼성전자가 피해를 본 게 없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후 전원회의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동의의결안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공정위 심사관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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