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외교부는 13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한국 외교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 간섭에 해당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엄중한 경고와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핑에서 "문제는 주한 대사가 언론에 공개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2023.06.08 photo@newspim.com |
임 대변인은 "이는 외교 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인물을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정부는 주한 대사가 정치인을 접촉한 것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중 외교당국이 싱 대사 발언 이후 주재국 대사를 서로 초치하는 '맞대응'이 이뤄진 이후 외교채널을 통한 추가적인 협의는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에 대한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지정도 현재로선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싱 대사에 대해 일단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권 일각에서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특정 조치를 염두에 두고 (싱 대사를) 초치하고 경고한 게 아니다"며 "너무 정도가 지나쳤기 때문에 엄중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에 따른 제도다. 주재국은 해당 제도에 기초해 비정상적 외교활동, 전력 등을 이유로 파견된 특정 외교관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할 수 있다. 기피인물 지정 시 파견국은 해당 외교관을 본국으로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것이 관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에 대한) 중국 측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중국 측의 조치가 불충분해 한국 정부가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할 경우 한·중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주한 대사가 야당 정치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다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며 "외교부는 그렇기 때문에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서 대사의 언행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외교부는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 대표와 회동하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언급해 내정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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