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숏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동남아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전자상거래 업계에 진출한 뒤 미국·유럽에서와는 달리 동남아 지역에서는 급성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관차저왕(觀察者網) 15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우서우쯔(周受資)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임팩트 포럼'에서 "향후 수 년간 동남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3년 내 1200만 달러(약 152억 8300만원)을 투자해 현지 12만 개 이상의 기업 및 상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은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8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년 전 동남아 진출 당시 직원 수는 100명가량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만 200만 명의 소규모 사업자가 틱톡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라고 저우 CEO는 설명했다.
틱톡이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틱톡의 동남아 내 상품거래총액(GMV)은 지난 2021년의 6억 달러에서 지난해 44억 달러로 늘어났다. 올해 1~3월 인도네시아 내 GMV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틱톡이 올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업 규모를 4배가량 확대하면서 GMV를 2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비중은 작고 동남아 시장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은 지난 2021년 '틱톡 숍'을 선보이며 전자상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틱톡 숍은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2022년 6월 동남아 6개국에서 같은 서비스를 개시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진=바이두(百度)] |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내 GMV는 2억 달러가량이었지만 영국 내 GMV는 24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기준 틱톡 플랫폼 내 미국 상점 수는 100개 미만이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티추(TiCho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틱톡숍 판매액은 전체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네시아 비중은 53.5%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틱톡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영국과 뉴질랜드는 정부 휴대전화에 틱톡 앱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정부를 중심으로 틱톡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확신하고 있다.
서방국들의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가 틱톡의 주요 타깃 지역이 됐다. 지난해 초 기준 동남아 지역의 인터넷 가입자 수가 4억 4200만 명에 달하고, 동남아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은 74.1%로, 세계 평균(62.5%)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코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디지털 소비자가 지난해의 3억7000만 명에서 2027년에는 4억2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틱톡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쟁 업체와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 지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계 1위는 씨그룹 전자상거래 부문인 쇼피다. 쇼피의 GMV는 2021년 425억 달러에서 2022년 479억 달러로 늘었고, 동남아 지역에서 5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라자다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라자다의 작년 GMV는 2021년의 210억 달러에서 201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쇼피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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