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불법파업 손해배상 사건'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배상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동일하게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노조의 연대 책임이 분산되면 조합원 각자의 불법 행위 정도와 책임을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사실상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지면서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입법 목적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05.22 pangbin@newspim.com |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두 건의 상고심에서 "비정규직 노조와 개별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요구하는 손해배상의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조합원 개개인의 노조에서의 역할과 쟁의 참여 경위, 손해 발생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은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불법파업을 벌였고, 현대차는 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돼 손해가 발생했다며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그 범위를 50%로 제한하고 현대차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 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으나, 현대차 사건처럼 불법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돼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 조합원 개개인의 책임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조합원 개인의 쟁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입증할 방법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사측에서는 조합원 개개인의 불법행위 정도를 하나하나 다 입증해야 한다"며 "어떤 역할을 담당했고, 어떻게 활동했는지 입증하려면 자료를 모아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속적인 채증 작업이 필요한 부분으로 여러 가지 법적 제한도 많을 것"이라며 "조합원이 손해 발생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입증이 안 되면 사측에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손해배상 책임이라는 법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훼손돼 더 큰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측이 손해를 입어도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봤다.
반면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연장선상에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조직적으로 파업에 가담했는데 개별 책임을 물으라고 판결했으면 노조 파업에 대해 특별한 취급을 한 판시겠지만, 산발적인 불법행위라면 개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던 종전 판례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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