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출제 방향을 지시하면서 학교 현장이 '수능 난이도' 논란을 겪는 가운데 교원단체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교과 과정 안 수능 출제'라는 방향성 자체는 맞을 수 있지만, 사교육 시장이 커진 것을 '수능 난이도' 탓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원단체들은 19일 윤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그간 현장에서 강조해 온 당연한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당연한 얘기를 했을 뿐인데 현장에서 너무 과도한 반응을 내놓는 것 같다"며 "지금 필요한 건 해당 방향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이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도 "평가원은 항상 공교육 범위 내라고 하지만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항이 문제로 나온 것은 여러 차례 지적해 온 사항"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현장 상황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사교육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라며 "공론화나 관계자 토론 등 절차 없이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수능 시행 방안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오늘 자사고와 국제고, 외고는 존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사교육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교육 관련 상충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선학교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경상북도에서 근무하는 A씨는 "대입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능 출제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며 "정부의 성급한 발표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B씨는 "수능 한 문제에 당락이 결정되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일 수 있다"며 "일반 중하위권 학생들은 사실 쉽게 나오면 불리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다각도의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B씨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더라도 공교육 교육과정만으로 수능을 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교 교육과정이 수능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활동만 열심히 한다고 수능을 잘 볼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고 말했다.
구 연구소장도 "현재 수능 제도는 학교 교육과정과 괴리된 암기식 위주의 시험"이라며 "교육과정 내 포함된 토론, 논술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시험 제도와 과도한 상대평가 경쟁 구조를 없애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일반고 교육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획기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며 "교권 강화,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사 행정업무 절감 등 관련 정책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교육에 몰리는 건 소위 승자독식 사회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여러 부처와 함께 다층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교조 대변인도 "가르치는 방식보다 경쟁 교육 시스템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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