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이 알려지며 교육 현장에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엔 변별력이 떨어지는 '쉬운 수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지적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이 무엇인지를 놓고 혼란이 커졌다.
결국 교육부가 최근 3개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 문제 중 22개의 '킬러 문항' 예시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부의 설명에도 '킬러 문항' 기준의 모호함이 해소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변별력 확보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했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대통령의 한마디'로 빚어진 논란으로 애꿎은 수험생의 속마음만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을 질타하면서도 하루빨리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강 의원을 만나 '킬러 문항' 등 수능 출제 논란과 근본적인 대입 제도 개혁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6.29 leehs@newspim.com |
◆ "평가원의 전문적 '수능 출제 시스템'...대통령 한마디에 무력화"
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명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채 말 한마디로 교육 현장에 대혼란을 가져왔다고 질타했다.
그는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을 준비하는 가장 전문화된 집단이고 수능 난이도의 적절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라며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9월 모의평가 난이도를 고민하고 또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가원이 소위 말하는 '모의고사 평가 제도'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수능 시험을 출제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없애버렸다"며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인데 제도 자체가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당 시험에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고 분노했다. 이에 강 의원은 "킬러 문항 배제라는 입장에서 보려면 적어도 6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최종적인 결과까지 나온 다음에 그런 발언을 했으면 인정이 된다"며 "가채점만 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니 국어의 경우 만점자가 지난 수능보다 4배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킬러 문항' 우려와는 달리 실제 체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셈이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논란의 발언을 내놓은 시점도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능을 150일도 안 남긴 상태에서 대통령의 그런 메시지가 맞느냐는 것"이라며 "대학 입시는 '사전 예고제'를 통해 큰 틀의 안정성·신뢰성을 바탕으로 준비하는데 이걸 깨뜨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6.29 leehs@newspim.com |
◆ "교육 당사자들 혼선주지 않는 선에서 입장 정리해야"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 현장의 혼선이 커지자 교육부는 킬러 문항 예시를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부 발표에도 '킬러 문항' 기준에 대한 모호함은 여전하고, 구체적인 변별력 확보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에선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걸 킬러 문항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에 킬러 문항이라고 제시한 걸 보면 대체적으로 교육과정 내지 공교육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학교 현장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크게 보면 '공교육 내에서 출제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를 한다"면서도 "현재 수능이 상대평가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변별력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결국 수능 난이도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변별력에 있다"며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교육부의 입장을 빨리 내놔야 한다. 교육부는 '난이도 조절을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묘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학부모·교사 등 당사자들의 혼란이 분노로 전환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따라서 올해 수능 출제에 있어서는 정부여당이 한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수능 당일 당사자들의 분노가 눈에 뻔하게 보인다. 그 분노가 나중엔 윤 대통령에게 갈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되고 한 번 실수하면 그걸로 끝나니 얼마나 분노가 크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그러니 지금이라도 분명하게 방향성을 갖고 구체적으로 이번 대입 수능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기준으로 출제하겠다는 안을 내놔야 한다"며 "가급적 수능 당사자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입장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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