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요즘 주위에서 일본 오사카(大阪)로 여행 간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본다. 전에는 일본 여행하면 도쿄(東京)였는데 최근에는 오사카가 도쿄 인기를 뛰어넘은 듯하다. TV홈쇼핑에도 오사카 여행 상품이 연일 방송을 탄다. 며칠간의 짧은 여행이라도 오사카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가자. 아는 만큼 보이듯 오사카 여행이 좀 더 재밌어질 수도 있다.
오사카는 도쿄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다. 역사적으로도 도시의 규모로도 일본을 대표하는 곳임에는 이견이 없다. 일본의 공식적인 수도는 도쿄이지만 일부에서는 동쪽의 수도는 '도쿄', 서쪽의 수도는 '오사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양 도시의 자존심 싸움도 대단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로야구다. 도쿄를 연고지로 하는 '요미우리(読売) 자이언츠'와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는 '한신(阪神) 타이거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힌다. 다른 팀에게는 져도 서로에게는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치 축구 한·일전 경기를 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에서 전국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구단이지만 오사카에서만큼은 비인기 구단이다.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요미우리를 응원하다 뺨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행 중 오사카 사람과 친해질 인연이 생긴다면 절대 요미우리 칭찬은 하지 말기를.
[오영상 국제부장] |
일본 본토를 흔히 '간토(關東)'와 '간사이(關西)'로 나눠 부르는데. 이 또한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을 확대한 개념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이바라키(茨城)현, 도치기(栃木)현, 군마(群馬)현을 아울러 간토 지방이라고 부른다. 반면 오사카를 중심으로 미에(三重)현, 시가(滋賀)현, 교토(京都)부, 효고(兵庫)현, 나라(奈良)현, 와카야마(和歌山)현을 합쳐 간사이 지방이라고 부른다.
두 지역 간 경쟁의 발단은 꽤나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혼란스러웠던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오사카성을 짓고 오사카를 수도로서 활용했다. 이를 계기로 오사카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천년의 도읍지 교토, 나라 등과 간사이 지방의 번영을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도요토미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실권을 잡고 1603년 자신의 주거지였던 지금의 도쿄 지역 '에도(江戶)'를 거점으로 새로이 에도 막부(幕府) 시대를 열게 된다. 이로써 모든 중심이 일거에 에도로 옮겨지게 되고, 오사카는 천 년의 영광을 고스란히 도쿄에 넘겨주게 된다.
오사카, 교토, 나라가 일본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며 오사카 사람들이 느꼈을 상실감도 이해할 만하다. 그들의 눈에 당시 에도(도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시골 촌구석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오사카에서는 도쿄를 깔보는 투로 '도쿄에 뭐가 있겠나'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도쿄에서는 오사카 사람들에 대해 '과거에 사로잡힌 채 시기만 한다'고 응수한다.
사람들의 성격도 많이 다르다고 여겨진다. 대체적으로 오사카 사람들의 이미지는 '시끄럽다', '화려하다', '감정적이다', '유머러스하다', '낙천적이다' 등이다. 그래서인지 연예인이 많고 특히 개그맨 중에는 오사카 출신이 유독 눈에 띈다. 반면 도쿄 사람들은 '개인주의', '원칙주의', '조용하다', '소박하다', '소심하다', '이성적이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인의 이미지가 떠올려진다.
오사카가 도쿄와 다른 것은 이 정도가 아니다. 언뜻 봐도 차이를 알 수 있는 것에서부터 이 정도까지 다른가 하고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만드는 것도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지하철 역 등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법이다. 도쿄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사람들이 왼쪽에 선다. 반면 오사카에서는 오른쪽에 선다. 오사카와 도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한쪽을 비워두는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걸어 올라갈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택시의 색깔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도쿄에서는 노랑색, 주황색, 녹색 등 컬러풀하면서도 다양한 색의 택시가 많고, 오사카에서는 검은색 택시가 일반적이다.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교통량이 많은 도쿄에서는 구별이 쉽고 눈에 잘 띄도록 택시 색깔을 다양하게 했고, 오사카에서는 검은색이 고급 차라는 인식에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똑같은 상품인데 오사카와 도쿄에서 다르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 컵 우동 '돈베에(どん兵衛)'는 각각 판매되는 상품의 맛이 완전히 다르다. 도쿄에서는 가다랑어포 국물 맛을 팔고, 오사카에서는 다시마 국물 맛을 판매한다. 국물 색깔도 다르다. 도쿄 쪽은 간장색이고, 오사카는 맑은 색이다. 제품의 용기와 뚜껑에는 작은 글씨로 'E'와 'W'라고 표기돼 있다. E는 EAST로 도쿄를 의미하고, W는 WEST로 오사카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달걀이 들어간 '에그 샌드위치'도 모양이 전혀 다르다. 도쿄에서는 에그 샐러드를 빵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오사카에서는 두툼하게 구워낸 달걀말이를 끼워 넣는 것이 정통이다. 유부초밥의 모양새도 다르다. 도쿄에서는 타원형 모양으로, 오사카에서는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다.
하지만 '도쿄 vs 오사카' 구도에 정치색은 섞여 있지 않다. 지역감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도쿄와 다른 점을 찾아보면서 오사카 여행을 즐겨보자. 한 스푼의 양념으로 여행이 더욱 맛있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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