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국제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식품업계에 이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동 해열제 등 일부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데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고민도 있지만, 그보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걱정이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소비자 반응 등을 보면서 대체 성분 찾기 등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WHO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할 예정이다. 다만 가능물질 중 가장 연관성이 적은 2B군인만큼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을 금지할 가능성은 적다. 그동안 WHO에서 지정한 발암물질 2군 첨가제를 식약처가 의약품에 금지한 선례는 없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약국에서 고객들이 약품을 구입하고 있다. 2018.07.10 leehs@newspim.com |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물질을 1군부터 4군까지 분류한다. 그중에서 1군과 2A군, 2B군이 암과 관련 있는 물질이다. 1군이 암과의 연관성이 확실히 밝혀진 반면 2군에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의 물질을 분류하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식품과 다르게 매일 먹지 않는 의약품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아스파탐은 일상적인 음식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발암물질 가능성이 높은 2A군에는 뜨거운 음료가 포함돼 있으며, 아스파탐이 있는 2B군에는 알로에베라나 김치, 고사리가 속해 있다.
아스파탐은 의약품 불순물 문제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발사르탄 사태'와도 다르게 봐야 한다. 지난 2018년 발암물질 2A군에 속하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고혈압 약제 발사르탄에서 검출됐다. 당시 식약처는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고 회수절차를 진행했지만, 문제가 된 중국 원료의약품이 아닌 국내 원료의약품까지 규제함으로써 적지 않은 혼란이 생겼다.
다만 NDMA는 원료가 고온에 노출되거나 보관이 잘못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불순물인 데 반면, 아스파탐은 손쉽게 저감할 수 있는 첨가물이다. 또한 NDMA는 전에는 의약품에서 발견되지 않은 물질이었지만 아스파탐은 설탕의 대체재로 잘 알려져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국의 규제 가능성보다는 시장에서의 움직임, 즉 소비자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규제를 떠나 소비자들이 아스파탐을 피할 경우 해당 제품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시럽형 감기약에 들어가는 합성착색료 '타르색소'가 퇴출된 사례가 있다. 해당 색소는 유해성 논란은 있었으나, 식약처를 포함해 해외 규제기관까지 제한하는 범위 내에서는 안전하다고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발암 물질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결과 제약사들은 2016년을 기점으로 타르색소를 감기약에 쓰지 않게 됐다.
A제약사 관계자는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소비자 불안이 높아져서 한두 업체가 아스파탐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운다면 나머지 제약사들도 뒤따라가는 형국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광동제약은 건강드링크 비타500을 포함해 당사의 음료제품이 아스파탐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OO제품은 아스파탐이 들어갔더라"는 여론이 형성된 후 대응은 늦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아스파탐 함유 약품의 경우 아이들이 먹는 일반의약품이 많기 때문에 부모들의 눈에 한번 찍힐 경우 추후 대응을 하더라도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체 물질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을 다시 의약품에 적용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사용하지 않는 업체는 이 상황을 기회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알릴 가능성도 있고, 사용중인 곳은 이래저래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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