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유한양행이 건강보험에 급여가 등재되기 전까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를 무상 공급한다. 1·2세대 치료제가 들지 않았을 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치료제인 만큼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0일 유한양행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를 기점으로 조기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 EAP)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고자 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RF)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약물을 무료로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1세대 및 2세대 약물로 1차 치료를 하고 있다"며 "그 와중 렉라자 같은 3세대 약물로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 후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치료제는 1·2세대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진=유한양행] |
EAP는 시판허가가 나기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치료의 시급성이 높은 희귀질환이나 말기 암 환자를 그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GSK, 노바티스,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EAP를 적용했으며, 유한양행도 렉라자가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을 당시 3개월간 EAP를 진행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약가등재 시점까지 EAP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렉라자는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건 건강보험에 급여가 등재된 후라는 판단에서다.
3세대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환자에게 처음부터 쓸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지정됐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국가에서 보조해주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한달에 6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들어 3세대 폐암 치료제를 보험등재 해달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에 '타그리소'의 신속 급여를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안건은 국회 청원 동의자 5만 명을 달성해 복지위 청원소위에 상정되기도 했다.
3차 치료제의 필요성에 힘입어 유한양행은 EAP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전국 2, 3차 의료기관에서 렉라자를 무상 제공하되 기관이나 환자 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암환자의 숫자를 고려해서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추산했으나, 원칙적으로는 제한 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한양행이 유일한 경쟁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조욱제 대표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서 EAP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약을 만들어서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유한양행 창업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이해해주시면 될 거 같다"고 답했다.
유한양행의 EAP 프로그램은 이달 안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2, 3차 의료기관에 설문을 돌린 후 관심있는 기관에는 생명윤리위원회(IRB)가 검토하도록 의뢰하고 있다. IRB의 승인을 받은 후 환자가 동의하면 렉라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유한양행 관계자는 내년 1사분기나 2사분기 내에 건강보험 등재가 될 것으로 추측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은 3000억원, 2차 치료제 시장은 1000억원 가량으로, 유한양행이 건강보험에 등재될 즈음에는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해서 진행하는 임상 'MARIPOSA'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얀센에서 주도한 아미반타납 병용임상은 올해 하반기 정도에 결과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약물을 같이 사용할 경우 더 넓은 범위의 표적 치료를 할 수 있는 만큼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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